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에 금품을 건넸다는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폭로를 계기로 온 국민의 시선이 이명박 대통령 측근 비리에 모아지고 있다.
검찰도 갖가지 의혹에 대해 내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상황을 지켜보면서 2003년 진행된 노무현 당시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건 국민들의 뇌리에 숱하게 각인된 ‘학습효과’ 때문이다.
서너달의 수사기간을 거쳐 2003년 12월29일 발표된 측근비리수사를 마무리짓고 청와대 송년회에 참석한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은 “너무 심하게 파헤친 것 아니냐”는 권력실세들의 볼멘소리를 들어야 했다. 당시 최도술, 안희정, 이광재씨 등 측근 6,7명은 권력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송 총장은 2004년 벽두 기자들과의 티타임에서 “칼을 하도 많이 써서 그런지 신정연휴때 부엌일을 돕던 중 생닭을 자르려고 식칼을 들었다가 하도 칼이 잘들어 손가락까지 벴다”며 당시 ‘너무도 잘 들었던 검찰의 칼’을 우회적으로 자신의 에피소드에 얹어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의 정의로운 칼날에 국민은 송광수 총장과 안대희 중수부장(현 대법관)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고, 팬클럽이 생겼으며, ‘더욱 힘내라’는 뜻으로 산소마스크를 선물하기도 했다. 검찰의 정의가 제대로 구현된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비리는 이국철 회장의 폭로 이전에도 몇 건 있었다.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한상률 전 국세청장 등이다. 권력 실세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던 태광 로비의혹사건도 관심을 모았다. 급기야 이명박 대선 후보의 BBK팀장을 지낸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저축은행 구명로비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았다가 기소됐고, 청와대 정무1비서관 출신인 김해수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이 금품수수혐의로 쇠고랑을 찼다. 국방개혁을 주도했던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은 함바 비리로 영어의 몸이 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권력실세 비리의혹에 대해 검찰은 ‘과연 정의로웠느냐’는 질문에 그리 당당하지 못한 것 같다.
참여정부와 현정부를 이어오며 두 개 정권에서 국세청의 수장을 맡았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의혹이 불거지자 검찰은 한동안 밍기적거리다 그의 해외도피를 멍하니 바라봐야만 했다. 한 전 청장은 이명박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증거자료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 검찰이 증거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해외도피로 시간을 번 한 전청장은 결국 무죄판결을 받았다.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비리의혹의 경우 ‘박연차게이트’때 일부 혐의가 포착되고 그후 끊임없는 의혹제기가 있었지만, 검찰은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 천회장이 지난해 8월중순 도피성 출국을 한지 10여일 후에야 40억원 제공혐의를 받고 있는 임천공업 이모 사장을 소환했고 그해 10월말에야 천 회장 회사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정권실세 연루 의혹이 제기됐던 태광 비자금 및 로비의혹사건 수사때엔 사주의 모친 집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 사실이 유출됐다. 검찰이 뒤늦게 건진 것은 박스 한상자 분량의 압수물이 고작이었고, 태광 사건은 개인비리로 종결됐다.
요즘 이 대통령 측근들의 이름이 무더기로 오르내린다. 신 전 차관 뿐 만 아니라, 4대강 이권사업에 개입한 혐의로 이명박대통령의 사촌형을 비롯해 P씨, K씨, H씨, L씨 등 자고 나면 한명씩 이름이 거론되는 지경이다.
다시 검찰의 행보에 국민의 시선이 모아진다. 1992년 이탈리아 검사들이 벌인 부패추방운동인‘마니폴리테’가 그 나라 국민의 엄청난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송광수, 안대희 검사가 2003~2004년 ‘한국의 마니폴리테’로 불린 점을 검찰은 상기할 필요가 있다.
최근 사법개혁, 수사권조정 등 과정에서 검찰권의 확립이 정의 수호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해왔던 검찰이다. 부조리로 직면한 권력의 위기는 검찰권 확립의 기회이다.
<함영훈 선임기자 @hamcho3> ab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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