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4회> 인정사정 볼 것 없다 19
고속도로로 올라서자마자 높고 날카로운 엔진소리가 가슴속까지 몰아쳤다. 원래 긴장은 흥분을 동반하는 것일까? 튜닝을 마치고 첫 번째로 시운전하는 중이니 긴장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날카롭게 울려 퍼지는 엔진 음에 흥분하기는 처음이었다.
“성룡이 주연한 영화였든가요? 썬더볼드… 그 영화 초반부에 펼쳐지던 스트리트 레이싱 장면이 떠올라요.”
“그래, 멋졌어요. 후반의 서킷 레이싱은 더 죽이지.”
느닷없이 영화 이야기를 꺼내는 걸 보니 현성애도 긴장한 모양이었다. 기본 차체가 가벼워서일까? 혹은 엔진룸과 운전석을 막고 있는 철판이 얇아서? 그녀가 속도를 높일수록 1974년 산 치타의 엔진에서는 마치 앓고 있는 들고양이의 울음처럼 날카로운 소리가 높은 톤으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레드라인도 멋졌어요. 앤거스 맥파디언 주연… 제시존슨도 함께 출연했지요?”
“패스티 앤 퓨리어스가 더 멋지지. 일명 분노의 질주! 분홍색 S 2,000 데본 아오키를 모는 빈 디젤의 연기가 볼만 했어.”
“아, 그 장면이요? 영화 마지막쯤에 기찻길에서 폴 워커와 빈 디젤이 목숨을 걸고 달렸지요? 정말 손에 땀이 나더라고요.”
목숨을 걸고 달릴 때에 이런 느낌이 들까? 순간 뒷바퀴에서 돌 튀는 소리가 나더니 마치 ‘휠리’를 하듯 차체가 앞으로 벌떡 솟구쳤다. 휠리란 바이크를 몰면서 뒷바퀴로만 달리는 기술을 말하는 것이다.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전쟁영화 ‘대탈주’에서 감옥을 탈출한 스티브 맥퀸이 독일군에게 쫓기던 중 휠리를 하며 철조망을 가로지르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삼삼한 예술 아니었던가.
“고속도로에 웬 거북이들이 이렇게 많지요? 가로걸려서 달릴 수가 없네. 미친 듯이 질주하고 싶은데… 답답해요.”
“지금도 빨라요. 남들이 보면 제대로 미친 줄 알겠어.”
“오늘은 드라이브 차원이 아니잖아요? 회장 비서실에도 이미 통지해 놓았어요.”
“뭘 통지했는데요?”
“벌금! 속도위반 벌금 200만원! 오늘은 어쨌든 광란의 질주를 해야 하니까요. 목표는 인천 국제공항. 지금부터 시작해서 코스레코드 40분! 40분 내에 인천 국제공항 주차장에 도착하는 거예요.”
그녀는 새로운 전설을 창조하려는 모양이었다. 이곳에서부터 출발해 인천 국제공항까지 40분 내에 도착하려면 시속 190㎞로 내리쏘아야만 한다. 그러나 고속도로엔 차량들이 제법 줄지어 달리고 있었으니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묘기가 필수였다. 간혹 드리프트를 연상시키는 과격한 턴이 필요할 수도 있었다. 액셀러레이터와 핸드브레이크를 동시에 작동시키는 그 기술은 바퀴 사이에서 푸른 연기를 토해내게 한다.
“정말 죽지 못해 환장했군.”
“들려요? 바람 가르는 소리?”
이런 것이 젊음일까? 그게 아니라면 분노일까? 혹은 새로운 스타일을 개척하는 파워? 권도일은 아무런 답도 찾아낼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개의 답을 고르라고 하면 아무래도 분노를 택해야만 할 것 같았다. 왠지 그녀의 눈빛에서는 원망이나 분노… 뭐 그런 류의 광기가 새어나오던 중이었다.
“조심해요, 성애 씨!”
“겁내지 마세요. 여기서 죽으나 랠리에 출전해서 죽으나…”
그녀는 끝내 말을 잇지 않았다. 물론 권도일도 뒷말을 듣고자 하지 않았다. 끼이익! 하는 굉음과 타이어에서 쏟아내는 푸른 연기, 곡예하듯 질주하는 1974년 산 치타에 주위 운전자들이 기겁을 했지만 점차 권도일의 마음은 평온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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