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가까워지면서 빅테크 수장들이 트럼프 당선인과의 접촉에 속도를 내고 있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의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기금에 100만달러(약 14억원)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창업자이자 CEO인 제프 베이조스를 비롯해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당선인과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트럼프 집권 2기가 본격화하기 전, 그간 트럼프 지지하지 않았던 빅테크 CEO들이 본격적인 관계개선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미국 재계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가장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팀 쿡 애플 CEO도 마러라고를 조만간 방문한다.
12일(현지시간) 더힐 등 미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뉴욕 증권거래소 개장 종을 울리는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제프 베이조스가 다음 주에 온다”고 말했다. 이는 베이조스 CEO가 트럼프 자택이자 정권인수팀 본부로 사용되고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로 올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더힐은 보도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집권 1기 때 껄끄러운 관계였던 두 사람이 ‘협력 관계’를 구축하게 될지 관심을 모은다.
미 워싱턴포스트(WP)의 사주이기도 한 베이조스는 지난 11월5일 치러진 대선을 앞두고 WP 논설위원실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민주당) 지지 사설을 막았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WP는 1976년 이후 2020년까지 치러진 대선 중 1988년을 제외하고는 모든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공개 지지했기에 이번 대선 때 WP의 ‘중립’은 화제가 됐다.
이는 WP의 사주인 베이조스가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하에, 그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해리스 후보 지지 사설에 반대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베이조스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그가 좋아할 법한 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 4일 “(트럼프 당선인이) 규제를 줄이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는 듯 보인다”며 “그를 도울 수 있다면 돕겠다”고 말했다.
피차이도 12일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날 계획이라고 미국 더 인포메이션이 이날 보도했다.
구글은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소송으로 ‘검색 왕국’ 해체 위기에 놓인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이 다음달 취임하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구글과의 악연이 깊지만, 독점 해소를 명분으로 기업을 해체하는 방안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바 있어서다.
트럼프는 알파벳의 검색 엔진인 구글 사용을 중단할 것을 지지자들에게 촉구했다고 지난 8월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시카고에서 연 행사에서 구글 해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엔 “나는 구글의 팬은 아니다. 그들은 나를 나쁘게 대한다”면서도 “그렇게 해서 회사를 망칠 작정이냐. 회사를 망치지 않고도 (기업을) 공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외로 저커버그는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달러(약 14억원)를 기부했다고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저커버그는 지난달 대선 이후 트럼프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에서 트럼프와 저녁 식사에 나선 바 있다. 메타는 또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준비펀드에 100만 달러(14억 원)를 기부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1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이 특히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최첨단 인공지능(AI) 개발을 지원할 인프라를 주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트럼프 정부와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AI는 방대한 양의 인프라, 전력, 컴퓨터 칩, 데이터 센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다른 소프트웨어와 조금 다르다. 우리는 여기에 이를 구축해야 하고 기술과 역량으로 주도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AI 인프라를 갖출 필요가 있다”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이 일을 매우 잘할 것이라 믿는다”고도 했다.
한편 트럼프 집권 1기부터 우호적인 관계를 가져온 애플의 팀 쿡 CEO도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날 예정이다.
쿡 CEO와 트럼프 당선인의 인연은 1기 행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재계에선 대관 업무를 전담하는 임원이나 로비스트를 통해 백악관과 소통하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쿡 CEO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고 식사도 함께했다.
쿡 CEO는 올해 대선을 앞두고도 트럼프 당선인에게 유럽연합(EU)이 애플에 거액의 과징금을 물리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