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코스피지수는 4일 1.4%가량 떨어진 2460대에 장을 마쳤다. 계엄령이 조기에 해제된 데다 금융당국이 시장 안정을 위한 총력 대응에 나면서 최악의 폭락 사태는 모면했다는 평가다. 다만, 이번 사태가 우리나라 증시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부각하면서 연말까지 외국인의 ‘셀코리아’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6.10포인트(1.44%) 하락한 2464.00으로 장을 마쳤다. 지수는 전장 대비 49.34포인트(1.97%) 내린 2450.76으로 출발해 한때 2% 넘게 하락한 2440대까지 밀렸다. 다만 이내 낙폭을 줄이며 2460대서 횡보세를 나타냈다. 적잖은 낙폭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45년 만의 계엄령 발령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비해서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4100억원 순매도세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29일 7500억원, 같은 달 28일 4900억원 등 최근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이다. 개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3300억원, 기관이 200억원 순매수세로 지수 하단을 떠받쳤다. 기관은 코스피200선물도 53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13.65포인트(1.98%) 내린 677.15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무엇보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채택에 따라 윤 대통령이 약 6시간 만에 계엄령을 해제하면서 사태가 조기에 해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야간거래 장중 1442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1418.1원으로 출발한 뒤 오후 종가로 1410.1원까지 내렸다. 국고채 금리도 오전 중 3년물이 0.6bp(1bp=0.01%포인트), 10년물이 2.3bp 오르는 등 소폭 상승하는 수준에서 진정세를 보였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대부분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0.93%(500원) 내린 5만3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밖에도 LG에너지솔루션(-2.02%), 삼성바이오로직스(-0.62%), 현대차(-2.56%), 셀트리온(-2.09%), 네이버(-3.11%), POSCO홀딩스(-0.91%) 등은 내렸다. KB금융, 신한지주 등 외국인 비중이 높은 금융주는 5~6% 낙폭을 보였다.
반면 SK하이닉스, 기아는 계엄 여파에도 상승 마감했다. 내년 1월 임시주주총회를 열기로 한 고려아연은 장내 지분 매입 경쟁이 계속되면서 이날 8.37% 또 급등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과제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에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 관련주인 한국가스공사가 18% 넘게 급락했다.
반면, 정치적 파장이 예상되자 정치인 테마주가 다시 급등세를 보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테마주로 분류되는 대상홀딩스우, 덕성우, 태양금속우 등은 상한가로 뛰었다. 대상홀딩스는 배우 이정재와 한 대표가 친구 사이로 알려지면서 이정재의 연인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이 2대주주라는 점이 부각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테마주로 묶인 오리엔트정공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오리엔트정공은 계열사인 오리엔트 시계공장에서 이재명 대표가 근무한 이력이 있고, 과거 해당 공장에서 이 대표가 대선 공식 출마를 한 바 있어 대표적인 이재명 테마주로 꼽힌다.
한편, 이번 사태가 우리나라 증시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부각함으로써 올해 하반기 내내 이어지는 외국인의 ‘셀코리아’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는 “주식 시장에서 불확실성에 따른 단기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외국인들도 불확실성으로 인한 투자금 일부 회수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태가 국내 경기의 추가 둔화와 중장기 경제 성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용구·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중립 이하의 대내외 경기 및 수요 환경, 트럼프발 정책 불확실성에 한국의 정치 불확실성이 새로 가세했다”며 “불확실성 해소 또는 완화까지 증시의 추세적 정상화는 제한될 수 있다. 시장 상방 저항 강화와 정치 변수 의존적 주가 등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