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새 혼인외 출생자 증가추세

2030 사이 ‘결혼=출산’ 전제도 깨지고 있어

미혼부모 맞춤 대책 필요성도

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a) 행간을 다시 씁니다.

Mother holds newborn baby‘s bare feet. Tiny feet in woman’s hand. Cozy morning at home.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39살에 천사같은 아이가 찾아왔어요. 남자 쪽에서는 임신중절을 권유했고, 계속 종용했어요. 저는 아이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혼자 아이를 기를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저는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저희는 당당해요. 비혼 가정도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최서윤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부대표)

혼인외 출생자는 매년 늘어가는데 여전히 비혼출산 가정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차갑다. 생명을 지킬 결심과 함께 책임을 진 만큼 비혼출산 가정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바뀔 필요가 있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전통적 가족관에 갇힌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혼가정보다 복잡한 양육비 청구 과정 등 제도적 절차 개선과 함께 비혼 출산 가정에 대한 지원도 늘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대 청년 5명 중 2명,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 가질 수 있어”

정우성 문가비
배우 정우성과 그의 아들을 출산한 모델 문가비. [연합·인스타그램 캡처]

배우 정우성(51)이 모델 문가비(35)가 지난 3월 낳은 아들의 친부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혼출산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혼인 외 출생아 수는 3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출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외 출생아 수는 1만900명으로 2021년 7700명, 2022년 9800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혼인 외 출생률 또한 2018년 처음 2%대를 돌파한 뒤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4%를 넘어섰다.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통계청의 ‘2024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올해 20~29세 중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한 청년은 5명 중 2명(42.8%)에 달했다. 10년 전인 2014년 30.3%가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과 비교하면 10년 새 12.5%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반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 ‘하는 것이 좋다’고 답한 비율은 2014년 51.2%에서 2024년 39.7%로 감소했다. 출산에는 결혼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옅어진 것이다.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도 젊은 층 사이에서 비혼 출산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가 지난 5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0.3%가 비혼 출산에 찬성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30 응답자의 35% 이상이 비혼 출산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만 60대 이상에서는 20.8%만 찬성한다고 밝혀 비혼 출산을 바라보는 시각이 세대별로 차이가 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계에서는 이미 비혼출산이 트렌드가 됐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OECD 회원국의 평균 비혼 출생률은 41.9%인 반면, 한국은 한자리 수에 그친다.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스웨덴 등 13개국은 비혼 출생이 50%에 달한다. 방송인 사유리는 정자은행을 이용해 자발적으로 비혼 출산을 선택했고, 배우 김용건 또한 결혼하지 않고 아이의 양육만 책임지는 등 전통적인 가족관을 넘는 출생이 이어지고 있다.

혼외 출산율
한국은 OECD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은 ‘혼외 출산율’을 수십년 째 기록하고 있다.

대통령실 “비혼출산아 차별없이 자라도록 지원책 살펴보겠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아직 곱지 않다. 최서윤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부대표는 “한번은 저희 아이한테 ‘한부모 가정이냐, 미혼모 가정이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다. 나 또한 사회적 시선이 무서워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인공수정을 통해 스스로 아이를 낳기를 선택했다’고 거짓말을 한 적이 있었다”고 시선에 상처받은 일을 고백했다.

최 부대표는 “비혼 가정을 바라보는 시선, 아빠의 자리가 부족하지 않을까와 같은 걱정은 사회가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정우성과) 문가비 씨의 사례로 비혼 출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혼인 외 출생아 수가 증가하는 만큼 제도적 개선도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미혼모·부의 경우 이혼 가정과 달리 양육비청구소송을 진행하기 위해선 인지청구소송(혼외자가 친생자임을 확인하는 소송)이 선행되어야 한다.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인지청구소송을 진행하려면 생부·모의 생년월일, 주소지 등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데 이를 모르는 미혼부모들도 많다. 또 소송을 진행하면 나와 아기의 이름과 거처가 상대방에게 공개되는데, 이걸 꺼려해서 양육비청구소송을 진행하지 않는 경우도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28일 “우리나라는 비혼 출산 비율이 OECD 대비 낮으며, 아이 기준으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며 “사회적 차별 등 제도로 담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비혼출산아가 차별없이 자랄 수 있도록 지원책을 살펴보겠다”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