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국방·박안수 계엄사령관 책임 면하기 어려워

“軍 신군부 악몽 벗어나나 싶었는데 오물 뿌린 격”

계엄군, 시민들과 충돌…軍 신뢰·사기 저하 불가피

국회 본청 진입한 군...소화기 뿌리며 저항
4일 새벽 국회 본청에 진입한 군 병력이 국민의힘 당대표실쪽에서 본회의장 으로 진입하려 하자, 국회 직원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진입을 막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했던 비상계엄이 국회 해제 요구에 따라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비상계엄에 동원됐던 군은 45년 만에 ‘계엄군’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됐다.

윤 대통령이 3일 전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군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개최하고 전군에 비상경계 및 대비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김 장관의 지시에 따라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은 비상대기에 돌입했고 국방부 전 직원들도 심야출근에 나섰다.

전투기를 비롯한 공중전력도 비상대기를 위해 출격해 공중감시와 초계 임무를 수행했다.

김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법은 계엄 선포와 관련해 국방부 장관 또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김 장관이 총대를 맨 것으로 보인다.

계엄사령관에 임명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같은 날 밤 11시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을 포고했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특히 박 총장은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제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하여 영장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 14조(벌칙)에 의하여 처단한다”고 밝혀 비상계엄 선포에 따라 강력한 후속조치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자정 즈음에는 1공수 특전여단을 비롯한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등 계엄군이 검은 제복과 총기 등으로 무장한 채 국회에서 무력 진입에 나섰다.

1979년 10·26사건 이후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1980년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에 의해 비상계엄이 확대돼 1981년 1월 24일까지 지속된 이후 45년 만에 현실화된 비상계엄 속 사상 초유의 계엄군의 국회 진입이 벌어진 것이다.

계엄군은 이 과정에서 시민 및 국회 보좌진과 충돌을 빚는가하면 유리창 등 시설을 파손했으며 항의하는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에게 총구를 겨누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긴박하게 흘러가던 흐름은 윤 대통령이 4일 새벽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하면서 진정국면으로 돌아섰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군 입장문’이라는 제목으로 국방부 출입기자단에게 배포한 문자메시지를 통해 “12월 4일 04:22부, 투입된 병력은 원소속 부대로 복귀하였음”이라며 “현재까지 북한의 특이 동향은 없으며 대북 경계태세는 이상 없음”이라고 밝혔다.

서울 용산 합참 청사에 설치됐던 계엄사령부도 윤 대통령의 담화와 함께 해체됐다.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당장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한 김 장관은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 대통령은 이 참담한 상황에 대해 직접 소상히 설명하고 계엄을 건의한 국방부 장관을 즉각 해임하는 등 책임 있는 모든 관계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6시간가량 계엄사령관 임무를 수행한 박 총장 역시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군 안팎에선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정당성 논란이 있는 만큼 불명예 전역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육군역사연구소장을 지낸 한설 예비역 육군 준장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에 보내는 글’을 통해 “비상계엄 선언을 건의한 김 장관은 그에 따른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아마도 국가반역죄로 다스려질 것이고 그 죄의 형량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박 총장에게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추후 국가반역의 벌을 받게 될 것”이라며 “지금 군복을 벗은 것이 본인에게 명예롭고 군도 지키는 일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45년 만에 계엄군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 군의 명예와 신뢰가 실추됐다는 점이 뼈아프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우리 군이 과거 신군부의 어두운 악몽에서 겨우 벗어나려던 찰나에 오물을 끼얹은 격”이라며 “가뜩이나 초급간부 충원도 힘든 마당에 더욱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군 사기가 떨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