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후폭풍 서울 명동 환전소 둘러보니
“환율 때문에 뜬 눈으로 밤 지새우기도”
은행 점포 차분…고액자산가 문의는 쇄도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간밤에 원/달러 환율이 1440원까지 오르는 것 보고, 너무 불안했어요.”(사설환전소 업자 A씨)
4일 비상계엄 사태로 혼란이 예고됐던 외환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시장 안팎에도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금융·통화당국의 무제한 유동성 공급 카드에 한때 달러당 1440원대로 치솟았던 환율이 1410원대로 되돌려지자, 서울 번화가의 시중은행 점포는 차분한 일상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사설환전소에도 평소와 같이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환율 변동 체감 폭 크지 않아”…사설환전소 거래 ‘이상 무 ’
이날 오전 9시 20분경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사설환전소에는 10여명의 관광객이 이른 아침부터 환전을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한 관광객은 “위안화를 원화로 환전해야 했는데 지난 밤 환율 변동 폭이 커서 깜짝 놀랐다”면서도 “막상 날이 밝으니 환율이 안정세를 찾아 바로 환전을 하러 왔다”고 했다. 이날 원/위안 환율은 1위안당 191.8원에 거래돼 3일 주간 거래 종가(오전 9시~오후3시30분, 192.84원) 대비 1.04원 떨어졌다. 위안화는 3일 최고 198.08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다른 사설환전소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여행 중 급전이 필요해 사설 환전소를 찾게 됐는데, 다행히 어제 장중 환율과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전날 밤 100엔당 최고 970.74원까지 올랐던 원/엔 환율은 이날 오전 11시께 936원대에 거래되고 있었다.
사설환전소를 운영 중인 A씨는 간밤의 비상계엄 사태를 떠올리며 “환율을 확인하느라 뜬눈을 밤을 보냈다”면서 “환율이 하룻밤 사이에 휘청거려 불안감이 컸다”고 말했다.
다른 사설환전소를 운영 중인 B씨는 “미리 준비된 달러가 있어서 아직까지 직접적인 타격은 없었다”면서 “아침 9시 기준 환율이 다시 이전 수준으로 돌아와 안심했다”고 전했다.
정상 운영 중인 시중은행…업계에선 “현금 보유하고, 관망 유지할 것”
이날 둘러본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점포들도 정상적으로 개점하면서 대체로 평온한 모습을 보였다.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와 은행들은 이날 새벽 비상회의를 열고 환율 및 외환유동성과 관련해 리스크 전반을 점검하고 고객 불안이 없도록 대비했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차주쯤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적어도 이번주까지는 환율 변동폭이 예상치 못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이 장중 안정세를 되찾은 데 대해 금융당국의 무제한 유동성 공급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금융·통화당국은 비상계엄 해제 직후 정상 운영되는 금융·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시중에 무제한으로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했다.
은행 자산관리(WM) 센터의 경우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 리스크의 시장 영향 및 대응 전략을 묻는 고액자산가들의 문의가 하루 종일 쇄도했다.
한 시중은행 PB는 “당국에서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1446원대까지 급등했던 환율이 다시 안정세를 찾은 것 같다”면서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달러 처분이나 추가 매수에 대한 문의가 쏟아지고 있지만 하루이틀 정도 돌발 변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관망하자’고 한다”고 했다. 또 “외신의 경우도 비상계엄 사태를 두고 경제 불안정성보다는 리더 리스크로 평가하는 것이 다수여서 머지않아 봉합될 혼란이라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