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원 아파트 팔고 노후 준비 계획하는데…‘재건축’ 소식에 고민
딸에게 증여하려니 세금만 3.3억원…가족 간 거래는 자금 부족해
9억원까지 낮춰서 ‘저가양도’ 거래 가능…세금 3600만원으로 뚝↓
주거비, 식비, 교통비 등 말마따나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쉽게 티가 나지 않는 지출도 있죠. 바로 세금입니다. 뭘 사든 10%의 부가가치세를 부담해야 하고, 급여를 받으면서도 많게는 수십%의 소득세를 냅니다. 상속세·증여세·양도세 등 세금의 세계는 끝이 없습니다. 물론 아깝습니다. 하지만 살면서 절대 피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죽음과 세금이라고 합니다. 세금 전문가의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주변에서 흔히 할 수 있는 세금 고민을 풀어봤습니다. 이를 계기로 ‘이왕 낼 세금’, 현명하게 따져보는 건 어떨까요.
#.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김상현(60) 씨는 지난해 은퇴하고 최근 서울 근교 신도시로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 거주하는 주택은 20년간 살던 곳이라 익숙하고 편했지만, 은퇴하고 나니 복잡한 도심보다는 한적한 곳에서 노후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가격에 집을 매매하면 경기도 신도시에 있는 신축아파트 대형 평형을 사고도 돈이 남아, 노후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최근 아파트 재건축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마포 아파트를 현재 시점에 처분하는 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 근처에서 전세로 거주하는 딸이 생각났다. 시세보다 조금 저렴한 가격에 딸에게 집을 양도하면, 향후 증여세도 아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현재 딸이 마련할 수 있는 자금이 전세보증금 8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12억원 아파트를 8억원에 처분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궁금해진 상현 씨는 세금전문가 절세미녀를 찾았다.
Q. 지금은 딸에게 처분하는 게 가장 좋은 방안인 것 같은데요. 자녀와 부동산을 거래하는 것 자체가 허용될까요. 증여로 해당되지는 않나요.
A. 당연히 자녀와의 거래도 가능합니다. 다만 세법에서는 특수관계자 간 부동산 거래는 일단 증여로 추정합니다. 과세관청에서도 전산망을 통해 이런 거래는 일단 증여로 의심하고 살펴보기 때문에 세금이슈를 꼼꼼히 확인하고 거래하셔야 합니다. 증여가 아닌 정상적인 거래임을 납세자가 입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녀와 부동산 거래에서 과세관청이 문제 삼는 이슈는 시가대로 적정하게 거래했는지 그리고 해당 자금이 실제로 오고 갔는지 그렇다면 그 자금에 대한 출처는 정확한지 등입니다. 이같은 사항에 잘 대비해 거래 계획을 짜야 할 것입니다.
Q. 제 딸에게 좀 싸게 부동산을 넘기려 하는데, 문제가 될까요. 제삼자와 거래해도 가격을 싸게하는 건 충분히 가능한 것 아닐까요.
A. 반드시 시가대로 거래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너무 싸게 파는 경우 부동산을 취득한 자녀에게 이익이 귀속된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증여 문제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거래를 세법에서는 ‘저가양도’라고 합니다. 배우자 혹은 직계존비속 등 세법상 특수관계자 간 부동산 거래 시 시가와 거래가액의 차이가 일정 기준을 넘어가는 경우 증여세를 매깁니다.
Q. 12억원 부동산을 8억원으로 매매하고자 합니다. 이 정도도 허용되지 않을까요. 정확한 기준이 궁금합니다.
A. 저가양도를 할 경우 시가의 30% 혹은 3억원 중 낮은 금액이 됩니다. 거래가액과 시가의 차이가 해당 기준금액을 초과하게 되면 그 금액에 대해 증여세가 과세됩니다. 반대로 말하면 시가보다 시가의 30%와 3억원 중 낮은 금액까지는 낮춰서 거래를 하더라도 증여세 문제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자녀에게 양도하려고 하시는 주택의 시가가 12억원이라면, 시가의 30%와 3억원 중 낮은 금액인 3억원까지는 낮추어 9억원에 거래하더라도 증여세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때 만약 이 금액보다 더 낮춰 8억원에 거래한다면 시가와 거래가액의 차액인 4억원(12억원-8억원)에서 기준금액 3억(시가의 30%와 3억원 중 낮은금액)을 차감한 1억원에 대해 증여세가 부과됩니다.
Q. 저의 경우 조금 애매한 상황인 것 같네요. 시가는 어떤 가격을 기준으로 하나요. 제가 소유한 아파트의 경우 KB부동산 시세를 기준으로 해 12억원으로 책정됩니다.
A. 세법에서 정하는 부동산의 ‘시가’란 불특정 다수가 통상적으로 인정하는 가액입니다. 해당 부동산의 매매가액, 감정가액은 시가로 보며 아파트의 경우 유사매매사례가액도 시가에 해당합니다. 이때 KB시세는 시가로 인정되지 않고 실제 거래된 실거래가가 유사매매사례가액이 됩니다. 다만 거래된 가격을 시가로 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Q. 요건을 한 번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상현 씨의 경우처럼 양도 대상이 아파트인 경우 유사매매사례가액은 양도 대상 아파트와 동일한 단지에 있어야 합니다. 또 면적과 공동주택가격의 차이가 5% 이내이어야 합니다. 요건에 해당하는 거래가 평가 기간 내 있는지 보아야 하는데 평가 기간은 거래일을 기준으로 전 6개월, 후 3개월 이내로 신고일까지의 가액만 인정됩니다.
만약 해당 요건들을 모두 충족하는 아파트가 두 개 이상이면 공동주택가격의 차이가 가장 작은 아파트가 시가가 됩니다. 이 가액도 두 개 이상이라면 거래일과 가장 가까운 날(매매계약일 기준)에 해당하는 가액이 시가가 됩니다. 또 그 가액도 둘 이상이면 평균가액이 시가가 됩니다.
예외적으로 거래일 전 2년 이내 매매사례가액도 가격 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시가로 볼 수 있으니 유의하셔야 합니다.
Q. 다시 한번 제대로 알아봐야겠습니다. 만약 저가양도가 가능하다면 저한테 별도의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걸까요. 자녀가 별도로 부담하는 세금도 있을까요.
A. 먼저 집을 파는 상현 씨는 주택 양도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부담해야 합니다. 단, 1세대1주택에 해당하는 주택으로 양도가액이 12억원 이하입니다. 비과세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양도소득세가 비과세됩니다.
만약 상현 씨가 2주택 이상을 보유해 양도소득세가 과세되는 상황이었다면 양도소득세에 대해서도 ‘부당행위계산 부인’이라는 저가양도에 대한 제재규정이 있습니다. 이 규정에서 부당행위로 보는 기준은 시가의 5% 혹은 3억원 중 낮은금액이 됩니다. 거래가액과 시가의 차이가 해당 기준금액을 초과하게 되면 해당 거래를 부인하고 시가기준으로 양도소득세를 계산해 부과하게 됩니다.
지금처럼 양도 대상 아파트의 시가를 12억원으로 본다면 시가의 5%와 3억원 중 낮은 금액인 6000만원이 기준금액이 됩니다. 자녀에게 시가보다 3억원 싸게 9억원에 양도 시 기준가격보다 싸게 파는 거래이므로 기준금액을 초과하는 것이 됩니다. 따라서 이 거래는 부인되고 시가인 12억원에 팔았다고 보아 양도소득세를 계산하게 됩니다.
자녀분의 경우 저가양도에 따른 증여 문제가 없다면 3%의 주택 유상취득에 따른 취득세를 부담해야 합니다. 이때 취득세에서도 자녀가 부모의 주택을 저가로 취득하는 경우 동일한 기준의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이 적용됩니다. 이 때문에 취득세 부과기준이 실제 취득가액인 9억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시가가 돼 12억원 기준으로 취득세를 납부해야 합니다.
Q. 1세대1주택자에 해당해 별도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9억원으로 저가양도를 할 때 부담되는 세금을 한 번 계산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만약 자녀분이 1억원의 자금을 더 마련해 9억원으로 주택을 취득한다고 가정할 시, 증여세나 양도소득세는 부과되지 않습니다. 다만 취득세는 부담해야 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12억원에 대해 취득세 3%가 부과돼 총 3600만원의 세금을 납부하시면 됩니다.
Q. 만약 제 딸에게 증여한다면 세금이 얼마나 부과될까요. 1억원을 추가로 부담할 수 있을지가 조금 걱정되네요.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증여할까 합니다.
A. 증여 시에는 시가 기준으로 증여세가 계산됩니다. 이에 따라 자녀분은 증여세와 취득세를 모두 부담해야 합니다.
최근 10년간 증여가 없었다고 가정할 경우 증여재산공제 5000만원을 제외하고 11억5000만원에 대해 과세가 적용됩니다. 이때 증여세율 40%가 적용되며 신고세액공제를 제외한 납부세액은 총 2억91000만원으로 계산됩니다.
추가로 취득세의 경우 12억원에 대해 세율 3.5%가 적용되며 4200만원을 부담해야 합니다. 총 3억3300만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셈입니다. 증여를 할 경우 약 10배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자금 1억원을 추가로 구할 수 있다면 저가양도를 목표로 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보입니다.
Q. 정말 세금차이가 많이 나네요. 딸에게 저가양도하는 방식이 좋겠네요. 1억원의 경우 제가 마련하는 방안도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저가양도 시 제가 또 유의할 점이 있을까요?
A. 말씀하신 방안이 조금 위험할 수 있습니다.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 대해서는 과세관청이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보는데 이때 자녀의 자금 출처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수 있으므로 이 부분을 유의하셔야 합니다.
먼저 자녀가 부모에게 반드시 거래대금을 지급해야 하고 그 대금에 대한 자금출처가 분명해야 합니다. 자녀의 소득 혹은 대출금으로 충분히 소명 가능한 금액인지 부모의 증여자금이 포함되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정리하면, 자녀가 스스로 거래대금을 마련하고 부모에게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담자분께서 현금 여유가 있다면, 1억원을 자녀에 증여하는 방안도 고려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김광우 기자 / 호지영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세무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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