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위험, 금융업에 큰 여파

지정학적 변화로 조선·해운엔 긍정적

“반도체·자동차·이차전지·전력기기 등 美 정책 영향 받을 것”

부동산PF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내년 국내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건설과 금융 등 분야에서 신용위험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태훈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 평가정책본부장은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함께 연 글로벌 신용평가 세미나에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험이 금융 업종에 크게 여파를 미치면서 금융 업종에서 신용등급의 하방 압력이 특히 높다”고 밝혔다.

기 본부장은 “등급 상하향배율(등급이 내려간 기업 대비 상향 조정된 곳의 비율)이 작년 1.0 배에서 올해 8월 현재 0.8 배로 떨어졌다”며 “최근 3년 추이를 보면 등급 상향 동력이 줄고 있으며 내년 상하향배율도 올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최우석 나신평 기업평가본부장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중동 등의 지정학적 역학 변화로 방위산업, 해상운송, 조선 등은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분쟁 확산으로 LNG(액화천연가스) 운송 수요와 해상 물동량이 변화하면서 해상운송과 조선 업황에 호재가 되고, 군비 지출 확대가 방위산업 수주를 늘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해운 분야는 선복(선박 내 화물 적재 공간의 양) 공급이 증가하면서 업황이 나빠질 공산이 있다고 최 본부장은 덧붙였다. 최 본부장은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전력기기·전선 분야를 차기 미국 정부 정책의 영향을 받는 분야로 꼽았다.

해당 산업은 미국의 관세 부과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현지 시장의 수요가 주는 어려움을 겪겠지만, 미국이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면서 대체 사업자로서 ‘반사이익’도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혁준 금융평가본부장은 우리 금융산업과 관련해 “경착륙(거친 착륙) 위기는 벗어났지만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평했다.

그는 “은행, 생명·손해보험, 신용카드 업종의 신용등급은 안정적이지만 증권·캐피탈·부동산신탁·저축은행 분야는 아직 흐름이 부정적”이라며 “특히 부동산 PF는 부실 정리가 잘 진행되고 있지만 경·공매와 재구조화가 계획보다 지연될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나신평이 등급을 평가하는 증권사·캐피탈사·저축은행의 정리 계획에서 경·공매와 재구조화의 비중은 85.4%에 달한다.

이 본부장은 “정부 정책은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변수”라며 “현재 미분양과 PF 부실 주택이 지방에 많아 서울 및 지방 간의 부동산 양극화를 일으킬 수 있는데, 정부가 ‘투트랙’ 정책(주택가를 지방은 올리고 서울은 내리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펴고 있어 경과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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