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쌀·라면 등 ‘비상식량’ 수요 ↑
밤시간 쇼핑검색 순위 ‘라면’ 급상승
네이버 등 비상식량 구매 후기 줄이어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아내가 비상식량을 확보하자고 제안해 한밤중 편의점에서 라면 4박스를 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10시 30분께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생수·라면 등 비상식량을 찾는 수요가 급증했다. 대형마트·슈퍼 등이 문을 닫은 시간이라 오프라인에서는 편의점, 온라인에서는 분유·기저귀를 비롯한 생필품 등을 중심으로 새벽배송 마감 전 주문이 잇달았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20대 김모 씨는 전날 오후 11시가 넘은 시각 인근 편의점으로 향해 에너지바 등을 샀다. 김 씨는 “혹시 모를 식량 부족 상황을 대비해 물이 필요 없고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에너지바, 빵, 초콜릿 등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등 일부 채널에서는 이 같은 수요 발생으로 생필품을 중심으로 한 매출이 늘었다. 주요 편의점 A사는 전날 계엄령 발표 후 오후 11시~이날 0시 사이 매출이 통조림 75.9%, 햇반 38.2%, 생수 37.4%, 라면 28.1%, 건전지 25.7%, 식재료 23.8% 순으로 전일 동일 시간대 대비 급증했다.
A편의점 관계자는 “장기관 보관에 유리한 통조림을 비롯해 비상 상황을 위한 건전지, 시리얼, 빵 품목 등도 전날 같은 시간 대비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특히 주택가를 중심으로 5060대 수요가 많았다”고 전했다.
주요 편의점 B사 또한 주택가 인근에 위치한 약 4000개 점포를 중심으로 3일 당일 매출이 1주일 전 같은 요일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수 23.1%, 봉지면 16.4%, 통조림 15.5%, 즉석밥 14.8%, 안전상비약품 12.1%, 용기면 7.7% 순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실시간 쇼핑 검색어 순위에서도 이 같은 수요가 드러났다. 전날 오후 0시 기준 홈플러스 실시간 인기 쇼핑 검색어 10위였던 생수는 한 시간 만에 6위로 급상승했다. 1시 기준 우유, 쌀, 라면이 상위 검색어 1~3위를 차지했다. 겨울 패션 중심의 인기 검색어가 대부분을 차지했던 11번가 역시 오전 1시 기준 라면 순위가 5위까지 급상승했다.
특히 밤 12시 이전 주문 시 로켓배송이 가능한 쿠팡의 경우, 계엄령 선포 시각 이후 약 1시간 동안 주문이 가능했던 만큼 일부 소비자들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순식간에 몰린 접속자로 네이버 카페 등 장애가 풀린 뒤 비상식량을 샀다는 시민들의 후기도 이어졌다. “(아이가 걱정돼) 분유랑 기저귀를 쟁여두려 로켓배송으로 주문했다”, “부탄가스, 우유, 식빵 등 일주일치 식량을 구매했다” 등 댓글도 달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난리통 속에서 불안함을 느낀 일부 소비자들이 생수, 쌀, 기저귀, 라면 등의 생필품을 온라인 쇼핑몰에서 급하게 사재기하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커머스 거래량도 정확하게 집계해보면 일시적으로 상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