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약자·영유아 있다면 즉석죽·분유 준비해야”
재난 많은 日, 비상시 영양기준 존재…韓은 없어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건강한 성인은 2주 정도 영양이 부족해도 치명적인 문제가 없습니다. 신장·당뇨환자, 노약자, 영유아는 다릅니다. 비상상황을 대비해 인슐린이나 즉석죽, 분유를 준비해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10시 30분께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온라인에서는 ‘비상식량’ 검색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라면, 생수 등 생필품을 구매했다는 후기가 잇달았다. 자연재해를 비롯해 계엄령 등 사회적 재난 상황에 준비해둘 식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
‘재난시 영양관리 방안’을 연구하는 최슬기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건강을 유지하던 사람이라면 영양소 섭취가 없어도 단기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노인은 즉석죽 같은 부드러운 연하(嚥下)식품을, 어린 아이가 있는 가정은 보관이 용이한 가공식품을 구비하는 것이 좋다”며 “코로나19 자가격리 당시에도 어린이들이 먹기엔 부적합 지원 식품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비상 상황 때 식사의 개념은 생존이 목적인 ‘식량’으로 바뀐다. 맛과 영양을 챙길 수 없고, 보관과 조리 여부가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건 ‘생수’다. 일본에선 하루 3리터 이상의 물을 비축할 것을 권고한다.
최 교수는 “국민재난안전포털에서는 재난 상황에서 생수, 즉석밥 등 2주에서 한달치 식량을 준비할 것을 권고한다”며 “전기가 끊기면 깨끗한 물이 없어 영유아의 분유 섭취도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마른 음식, 통조림, 레토르트 파우치 식품, 장기 보관에 유리한 건빵·크래커들도 비상식품으로 꼽힌다. 특히 과일·채소 통조림은 비타민 섭취에 유용하다. 최 교수는 전투식량도 중요한 비상식품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전기와 물이 없는 상황에서 발열 반응으로 섭취할 수 있는 전투식량도 있다”고 했다.
비상식량 관련 제품이 발달한 국가는 일본이다. 레토르트 제품과 통조림 등을 활용한 5년 장기 보존이 가능한 비상식량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쓰나미, 지진 등 자연 재해가 많은 영향도 크다. 국립건강연구소 산하 재난영양관리 담당 부서가 있고, 재난에 특화된 영양기준도 구축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서울의대 응급의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일본은 가열조리가 불가한 경우 편의점 주먹밥 2개, 고기나 채소가 들어간 국물, 생선 통조림 2분의 1캔 등 구체적인 피난소 식품 지원 예시를 제시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재난 상황 시 국민 영양에 대해 공식 연구가 이뤄진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