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만에 1g당 12만원 돌파
“정치 불확실성에 현 추세 장기화 가능성”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국내 금융시장 불안감이 확대되면서,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금값의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 반영돼 가격이 오른 반면 국제 금값은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4일 한국거래소 정보 데이터 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시장에서 금 1g당 가격은 전날 종가(12만원) 대비 1070원(0.89%) 오른 12만107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국내 금값은 오전 한때 12만2960원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국내 금값이 12만원 선을 넘은 것은 지난달 25일(12만1140원) 이후 7일 만이다.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비상계엄 선포와 동시에 원화 가치가 추락해 원/달러 환율이 뛰는 등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수요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국제 금값은 간밤 사이 소폭 움직이는 데 그쳤다. 3일(현지시각)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내년 2월물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4% 오른 온스당 2667.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택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 금값은 거의 변동이 없기 때문에, 국내 금값 상승은 우리나라 시장의 특수성 때문으로 보인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우리나라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면서 상방 요인이 조금 더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금값 상승세는 생각보다 장기화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정치적으로 향후 여러 가지 이슈가 나올 수 있다.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계엄 선포를 계기로 정치권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을 논의하는 등 긴박한 상황이 펼쳐지면서, 국내 금융시장 불안 심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되고, 미국 상황으로 수출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계엄 선포가 우리나라 신용도가 나빠지는 데 일조한 것 같다”면서 “이번 일은 국민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에서 대내 불확실성마저 생기면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정치적인 이슈가 간헐적으로 계속 나오면서, 우리나라를 잘 알지 못했던 다른 나라에도 좋지 않은 신호를 주게 될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도 ‘무슨 일이 더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