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부 예산안은 비정상적”

“민생경제 위한 증액안 갖고 오라”

추경 통한 민생 예산확보 계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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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대(오른쪽 세 번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손에서 ‘쪽지’를 놓고 ‘몽둥이’를 들었다.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현재까지 민주당의 기조는 이같이 요약된다. 통상 예산안 처리 시기 여야는 물밑 협상 과정 속 ‘쪽지 예산’ 등을 통해 지역구 예산을 챙겨왔는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감액 예산안’이 처리된 올해의 경우 ‘지역구 예산 챙기기’보다 ‘권력기관 예산 감액’을 통한 대여공세에 더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 예산안은 애초부터 민생경제 회생 목적이 아닌 초부자감세 유지와 권력기관 특권 유지에만 혈안이 된 비정상 예산”이라며 “정부와 국민의힘이 털끝만큼이라도 민생과 경제 회생을 바란다면 얼토당토않은 소리 그만하고 민생과 경제 회생을 위한 증액예산안부터 만들어서 갖고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예결위는 야당 주도로 정부 예산안 중 예비비 2조4000억원과 대통령비서실·검찰·감사원·경찰청 등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삭감한 4조원 규모 감액예산안을 의결했는데,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수정된 증액안이 아니면 이번 감액예산안을 그대로 통과시키겠단 입장이다. 민주당은 전날 본회의에서 감액예산안을 상정해 처리하려 했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의 만류로 실패했다. 우 의장이 본회의 직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이달 10일까지 여야의 합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감액예산안의 예결위 통과로 민주당은 향후 예산 협상 정국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국회법에 따라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 내 예산안 심의를 마치지 못하면 정부 예산안이 본회의로 올라왔던 기존과 달리, 이제는 감액예산안의 처리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경북도청에서 이철우 경북지사와 만나 “정부가 일방적으로 쓸데없이 특활비 등만 잔뜩 넣어놓으니 삭감안이 통과가 된 것”이라며 “정부가 수정안을 내면 이후 저희와 협의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감액예산안 통과로 발생할 수 있는 지역구 예산 확보 난항에도 대부분 당의 강행 기조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전날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민주당 예결특위 간사인 허영 의원의 보고와 설명에 대해 의원들이 “강하게 해야 한다”며 박수를 쳤고, 일부 의원은 지지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한 지역구 의원은 “국정 운영 방향의 기조를 바꾸는데 지역구 의원들 예산 한두 푼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민주당 의원들은 현재 나라 살림하는 방법을 바로잡는 게 훨씬 더 중요한 지역 발전이고 민생 예산이란 생각과 굳은 결의에 차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이러한 단일대오는 비록 본예산에서 지역구 예산이 깎이더라도, 추후 추경을 통해 지역구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단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내부에선 이번 예산안 심의에서 ‘권력기관’을 바로 잡고, 민생은 이후 ‘추경’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민주당의 한 지역구 의원은 “지역구 의원들이야 어차피 예산 감액이 되면 남는 건 또 다시 또 추경 예산을 하는 거니까 시간의 선후 문제”라며 “지역구 의원들은 본예산에서 많이 깎이면 결국은 추경에서 지역구 예산 할당량이 늘어나니, 여야 간에 겉으로는 싸우지만 속내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선 우 의장이 제시한 오는 10일까지 여야의 합의가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우 의장의 회견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기한을 꼭 지키고자 했던 민주당 원내대표로서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정부와 국민의힘이 민생예산 증액엔 관심이 없고 특활비 사수에만 관심을 쏟고 있는데 협상 기한을 더 준들 뭐가 달라질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상현·김해솔·양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