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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순간이 '전설', 퀸이 부활했다…프레디 머큐리와 함께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퀸이 결성 49년 만에 한국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가졌다. [현대카드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매순간이 ‘전설’이었다. 형형색색의 야광봉과 휴대폰 플래시가 별빛처럼 빛나자, 일흔을 넘긴 백발의 기타리스트(브라이언 메이)는 가슴에 손을 올리며 감격한 표정으로 화답했다. 그는 “너무나 아름답다”며 “이런 불빛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말로 한국팬들의 환호에 답했다.

돌출 무대로 나와 홀로 의자에 앉은 브라이언 메이(73)는 관중을 향해 “여러분이 나를 도와줘야 한다”며 어쿠스틱 기타 반주에 맞춰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Love Of My Life)를 시작했다. 메이가 마이크를 넘기면 2만여 관중은 몇 번이나 맞춰본 것처럼 떼창으로 응답했다. 그는 연신 “어메이징(Amazing)”, “원더풀(Wonderful)”을 외쳤고, 메이와 관객이 하나 돼 노래를 부르던 마지막 순간, 스크린에선 퀸의 ‘프론트맨’ 프레디 머큐리(1946~1991)가 등장해 노래를 이어갔다. 관중에선 함성과 탄식이 터져나왔다. 시계는 1980년대 어느 순간으로 되돌아갔다. 마치 한 무대에 있는 듯한 두 사람의 모습에 눈물을 글썽이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머큐리는 노래를 마치며 메이를 향해 손을 뻗었고, 메이가 손을 마주 치자 노래는 끝이 났다.

[현대카드 제공]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퀸이 결성 49년 만에 한국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가졌다. 18, 19 양일간 진행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의 25번째 주인공이다.

공연은 프레디 머큐리가 생전 내놓은 마지막 앨범의 동명 수록곡 ‘이누엔도(Innuendo)’ 인트로로 시작했다. 이어 ‘나우 아이엠 히어’(Now I’m Here), ‘해머 투 폴’(Hammer To Fall), ‘킬러 퀸’(Killer Queen)까지 내달리며 ‘퀸의 재림’을 증명했다.

공연장의 열기는 내내 뜨거웠다. “퀸을 사랑하나요?, 프레디 머큐리를 사랑하나요? 그렇다면 같이 노래해 주세요.” 애덤 램버트의 질문에 고척돔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애덤 램버트는 프레디 머큐리를 대신한다는 부담감을 떨치고 자신만의 해석으로 퀸을 완성했다. [현대카드 제공]

누구보다 큰 부담을 안고 2012년부터 프레디 머큐리를 대신해 메인 보컬로 퀸과 함께 하고 있는 애덤 램버트(38)는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퀸을 재해석했다.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누군가를 흉내내기 보다는 음악의 해석으로 승부하겠다”던 그의 말처럼 공연 내내 램버트는 얼굴을 바꿔가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킬러 퀸’(Killer Queen)을 부를 땐 빨간 부채를 흔들며 관객을 유혹했고, ‘바이시클 레이스’(Bicycle Race)에선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해 남성미를 보여줬다. 노래 도중 엉덩이춤을 추고 무대 곳곳을 종횡무진하는 램버트는 독보적인 프론트맨으로 꼽히는 머큐리의 끼와 폭발적인 에너지를 그대로 흡수해 보여줬다.

어느덧 백발이 된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는 ‘진행형 전설’의 위엄과 한국팬들이 원하는 모든 모습을 보여줬다. 메이는 일주일간 연습했다는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서울! 서울! 서울!”이라고 인사를 했고, 램버트와 함께 무대 곳곳을 돌았으며, 운석 위에 올라 앉자 기타 솔로까지 선보였다. 천체물리학 박사인 메이의 이력이 공연에서도 한 번 더 빛나던 시간이었다. 그는 기타리스트이자 프론트맨의 역할까지 함께 했다. 앙코르 때엔 태극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무대에 서며 이날 공연을 진두지휘했다.

[현대카드 제공]

테일러는 세월을 무색하게 하는 강력한 연주로 관객들의 혼을 빼놨다. 자신이 작곡한 ‘아이 엠 인 러브 위드 마이 카’(I’m In Love With My Car)를 허스키한 목소리로 들려줬고, ‘크레이지 리틀 싱’(Crazy Little Thing)에선 나이를 잊은 연주를 선보였다.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를 마지막으로 무대가 끝이 나자 관객들은 일어설 생각도 않은 채 ‘앙코르’를 외쳤다. 그러자 스크린에서 프레디 머큐리가 등장해 ‘에-오!’를 외쳤고, 고척돔은 똑같이 ‘에-오!’로 화답했다. 순식간에 지나간 공연의 아쉬움은 퀸의 빅 히트곡인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 ‘위 아 더 챔피언스’(We Are The Champions)로 채워졌다.

이날의 공연 전설을 눈앞에서 만난다는 즐거움 못지 않게 화려한 무대와 LED 조명, 왕관과 중세의 궁전을 연상케 한 금빛 장식들이 시각적 즐거움까지 채워줬다. 퀸은 이틀간의 공연을 위해 미국에서 300t에 달하는 무대 장치를 서울로 공수했다.

[현대카드 제공]

퀸은 2014년에 록페스티벌 참석차 한국을 찾았지만, 약 6년 만에 다시 찾은 한국에서의 퀸을 향한 열광은 놀랍도록 달라졌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영향 때문이다.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조명한 이 영화는 2018년 개봉, 무려 994만 관객을 동원했다.

퀸을 모르던 세대마저 영화관으로 불러들인 덕에 이날 고척돔 역시 20~30대 관객들이 대다수를 이뤘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20~30대가 73%, 여성이 70%에 달했다. 남성 팬이 유독 많은 록밴드 공연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공연장에서 만난 채수민(27) 씨는 “이전에는 ‘퀸’이 그룹인 줄도 모르고 프레디 머큐리가 쓰는 예명인 줄 알았는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팬이 됐다”며 “시간이 너무 빨리 가버려 아쉬운 공연이었다. 머큐리가 없어 아쉽긴 했지만 램버트와 함께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정말 좋은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함께 온 친구인 한유주(27) 씨는 “너무 슬펐다. 프레디 머큐리가 없어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스크린에서 만나 감동적이었다”며 “한 번 S급는 영원한 S급이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shee@heraldcorp.com

[현대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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