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중학교→평양 컴퓨터 전문학교→대학 진학

해커, 군인 신분 평양 거주·배급…가족 볼모

정부, 미림대·금성학원 제재 “北 해커 상당”

미국 법무부 트레이시 윌키슨 검사가 지난 2018년 9월 6일(현지시간)캘리포니아주 LA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4년 소니픽처스에 대한 해킹사건을 비롯해 일련의 사이버 공격을 주도한 북한 해커 박진혁(34)를 기소하고 제재도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박진혁은 북한의 대표적 해킹조직으로 알려진 ‘라자루스’ 그룹의 멤버이자 북한이 내세운 위장회사인 ‘조선 엑스포 합영회사’ 소속이다.  [AP 연합뉴스]
미국 법무부 트레이시 윌키슨 검사가 지난 2018년 9월 6일(현지시간)캘리포니아주 LA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4년 소니픽처스에 대한 해킹사건을 비롯해 일련의 사이버 공격을 주도한 북한 해커 박진혁(34)를 기소하고 제재도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박진혁은 북한의 대표적 해킹조직으로 알려진 ‘라자루스’ 그룹의 멤버이자 북한이 내세운 위장회사인 ‘조선 엑스포 합영회사’ 소속이다. [AP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전현건 기자]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63억달러(약 8조4000억원) 규모 바이낸스 해킹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한 가운데 북한이 수학영재를 어릴 때부터 골라 사이버 인력으로 길러낸다는 탈북민들의 증언이 나왔다.

북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탈북민 A씨는 8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해커 선발 구조를 설명했다. A씨는 “군·시·도마다 있는 6년제 영재학교 ‘1중학교’에서 실력에 따라 위 단계로 올라가 금성1중, 평양1중까지 간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수학과 함께 기계어와 C·C++·자바 등을 체계적으로 가르친다. 김책공업종합대학 등 이공계 대학에서는 1년에 두 차례 해킹 경연이 열리고 학과 상위 5명 안팎이 ‘컴퓨터 소조’를 꾸려 가상 서버 침투를 연습한다. 졸업생은 국방성과 정찰총국의 대남·대미 부서로 배치된다고 한다.

해외에서 IT 외화벌이를 했던 탈북민 B씨도 비슷한 경로가 있다고 증언했다. B씨는 “1중학교에서 다시 뽑힌 학생들이 금성학원 등 평양에만 3곳 있는 컴퓨터 전문학교로 간다”며 “IT 인력과 해커는 대학까지는 같은 동창”이라고 말했다. 이후 군부가 운영하는 해커 전문 대학 3곳가량에서 데이터 복구, 포렌식, 네트워크 취약점 공격 기법을 따로 가르친다고 전했다.

해커는 군인 신분이다. B씨는 “군인은 근무지가 거주지”라며 지방 출신도 평양에 살 수 있고 배급과 군 복무 경력, 빠른 입당 혜택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대가 어렵고 평생 엔지니어로 머물러야 해 IT 업계 안에서는 선호되는 자리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해외에서는 가족이 볼모 역할을 하고 사무실 폐쇄회로(CC)TV와 24시간 감시 프로그램으로 통제한다고 주장했다.

B씨는 라자루스·김수키 등 북 해커 조직에 대해 “다 소규모 팀”이라며 상위 조직 2~3곳이 관리하는 해킹팀 가운데 성공한 사례일 것으로 봤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2018년 9월 소니픽처스 해킹 등을 주도한 혐의로 라자루스 소속 북한 해커 박진혁을 기소했는데 그는 북한 대학에서 프로그래밍 언어를 공부한 뒤 위장회사 ‘조선엑스포합영회사’에서 10년 이상 프로그래머로 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최근 북한 내부 지인들로부터 일반 개발자들도 클로드,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쓴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말했다.

그는 “상용 AI는 위험한 명령을 걸러내도록 설계됐지만, 북한이 자체적으로 만든 맞춤형 AI에는 이런 안전장치(가드레일)가 없어 더 위협적”이라고 우려했다. 국가정보원도 앞서 북한이 AI를 활용해 해킹 공격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같은 증언은 정부 판단과도 맞닿아 있다. 정부는 2023년 2월 사이버 분야 첫 대북 독자제재를 하면서 인민군 총참모부 산하 지휘자동화대학(미림대학)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1986년 세워진 이 대학은 해마다 100여명의 사이버 전문 인력을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5월에는 금성학원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북한 IT 인력 및 해커 상당수가 동 학원 출신”이라고 밝혔다.

국정원과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사이버 인력을 2024년 기준 8400여명으로 추산한다.

B씨는 “한국의 대응 체계를 두고 소프트웨어 공급망 보안에 관한 법과 시행령이 없다”며 “제도적 장치는 아예 무방비”라고 지적했다. 탈북민 출신인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안보는 총구뿐만 아니라 금융 서버에서도 뚫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rimsclub@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