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5세아동 사교육 참여율 80%

英 저소득층 사교육 37%…고소득층과 2%P차

교육비 지출 늘어도 계층 이동은 제자리

저소득층 사교육비 늘지만 부유층도 투자 안 줄여

고소득 부모 자녀가 경쟁에 유리한 고지 여전

지난 5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위치한 중앙유럽대학교(CEU 부다페스트)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학업에 몰두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지난 5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위치한 중앙유럽대학교(CEU 부다페스트)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학업에 몰두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명문대 진학과 고소득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득 수준을 막론하고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더 많은 돈과 시간을 쏟아붓는 사교육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자녀들이 부모보다 더 나은 경제적 지위에 오르기는 어려워지고 있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자녀 교육과 성장에 시간과 비용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이른바 ‘집중 육아(intensive parenting)’가 확산하고 있다. 과거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피아노 등 악기 레슨과 코딩 캠프, 스포츠 교육 등이 이제는 다양한 소득계층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자녀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부모들이 어린 나이부터 교육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韓, 사교육 대표국가…프랑스도 3명 중 1명은 사교육

지난 5월 서울 대치동 학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학생들. 정주원 기자
지난 5월 서울 대치동 학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학생들. 정주원 기자

이코노미스트는 자녀가 어릴 때부터 사교육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대표적인 국가로 한국을 꼽았다. 교육부와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초·중·고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75.7%로 나타났다. 한국의 초중고생 4명 중 3명이 사교육에 참여한 셈이다.

특히 5세 아동의 사교육 참여율도 80%에 달했으며, 소득 300만 원 미만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52.8%로 집계됐다.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교육비 지출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인도에서는 전체 학생의 약 27%가 사교육을 받고 있으며, 도시 지역에서는 해당 비중이 31%로 높아졌다. 중국에서는 상대적으로 가난한 지역에서 교육비 지출이 가장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에서도 사교육 열풍은 확산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15~18세 학생 3명 중 1명이 사교육을 받고 있다.

영국에서는 공립학교 학생들의 사교육 이용률이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비슷해지는 추세다. 영국 교육 관련 자선단체 서턴트러스트에 따르면 소득 하위 25% 가구의 공립학교 학생 가운데 사교육을 이용하는 비중은 37%로, 소득 상위 25% 가구의 39%와 불과 2%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런던에서는 공립학교 학생들의 사교육 이용률이 45%에 달해 학생 2명 중 1명 가까이가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비 쏟아부어도 계층 상승은 안돼…부잣집 자녀가 여전히 유리

[123rf]
[123rf]

문제는 사교육 비중이 늘어나더라도 자녀의 계층 상승 가능성이 반드시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저소득층 가정도 자녀 교육에 과거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있지만 부유층 가정 역시 투자를 줄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경쟁에 참여하는 가정은 늘어났지만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계층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실제로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는 지난 10년간 계층 상승 가능성이 정체됐으며 싱가포르와 한국에서는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명문대인 베이징대학교에서도 농촌 출신 학생의 입학 비중이 감소했다. 1978~1998년에는 입학생의 약 3분의 1이 농촌 출신이었지만 2021년에는 약 6분의 1로 줄었다. 이는 중국 전체 인구에서 농촌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의 감소 속도보다 더 빠른 하락세다.

대학 졸업장을 취득하더라도 부모의 학력과 경제적 배경에 따른 차이는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서턴트러스트에 따르면 미국에서 부모가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가정 출신 가운데 소득 상위 20%에 진입한 비중은 30%였다. 반면 부모가 대학 교육을 받은 가정 출신에서는 이 비중이 41%로 11%포인트 더 높았다.

부모가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가정 출신의 대학 학위 취득률 역시 지난 10년간 10%포인트 상승했지만 이들이 대학 졸업으로 얻을 수 있는 소득상 이점은 오히려 11%포인트 낮아졌다. 대학 진학의 기회가 확대됐음에도 학위가 가져다주는 경제적 보상은 예전보다 줄어든 것이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확인됐다. 영국 싱크탱크 레졸루션재단에 따르면 무상급식 수급 자격을 기준으로 저소득층 가정에서 성장한 대학 졸업생은 같은 대학에서 같은 전공을 공부한 다른 졸업생보다 졸업 10년 후 소득이 7% 낮았다. 같은 대학에서 같은 교육을 받더라도 성장 과정의 가정환경에 따라 이후 소득에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자녀가 부모보다 더 나은 경제적 지위에 오를 가능성은 여러 국가에서 정체하거나 하락하고 있다”며 “자녀의 미래를 위한 경쟁에서 부유한 부모들이 여전히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짚었다.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