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주 폭락 여파로 코스피가 장 초반 8%대 급락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주요 지수가 표시돼 있다. 윤창빈 기자
미국 반도체주 폭락 여파로 코스피가 장 초반 8%대 급락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주요 지수가 표시돼 있다. 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인공지능(AI) 생태계 둔화 공포가 글로벌 증시를 덮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가 6년 8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반도체 비중이 절대적인 국내 증시 역시 직격탄을 맞으며 코스피 5000선이 장중 무너졌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동반 추락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역사적 사례와 밸류에이션을 고려할 때 지수 하단이 머지않았다며, 극단적 공포에 휩쓸린 투매는 자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장 대비 12.2% 폭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공포가 극에 달했던 2020년 3월16일(-15.9%) 이후 가장 큰 일간 낙폭이다.

이번 폭락은 미국 중간선거 이후 불거진 데이터센터 규제 압박과 AI 설비투자 축소 우려가 맞물린 결과다. 민주당이 주지사 자리를 탈환한 텍사스·조지아·오하이오 등 5개 주는 미국 전체 착공·계획 데이터센터 전력(345.9GW)의 41.2%(142.5GW)가 집중된 핵심 거점이다. 특히 비중 1위인 텍사스(26.9%)의 차기 주지사가 신규 데이터센터 개발 중단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건설 지연 공포가 확산했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MS)가 네오클라우드 계약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AI 시즌 종료 우려’가 네오클라우드에서 빅테크 전반으로 번지며 투매를 불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하루에 10% 안팎으로 주저앉은 것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0년 닷컴버블 붕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2025년 미 상호관세 발표 등 역사적 충격이 발생했을 때였다.

시가총액의 약 50%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할 만큼 반도체 의존도가 절대적인 코스피는 곧바로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는 전날 5.28% 급락한 데 이어 6일 개장 직후 8% 넘게 폭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6%대 급락하며 전날 장중 ‘20만 전자’가 깨진 데 이어 ‘19만 전자’마저 내줬고, SK하이닉스는 장중 107만원까지 밀리며 100만원 선을 위협받았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패닉셀(공포 투매)이 과도하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강혜성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급락 직후 급등한 사례가 많았다”며 “코스피 역시 향후 5거래일까지는 수익률이 부진했으나, 이후 15거래일 동안 다시 회복하는 흐름을 다수 보였다”고 짚었다.

실제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15.9% 폭락했던 2020년 3월16일 당시, 해당 지수는 이튿날 곧바로 9.8% 반등했고, 코스피 역시 당일 종가 기준 2.5% 하락한 뒤 20거래일 후에는 6.5% 상승 흐름을 보였다. 강 연구원은 “단기 투자심리 위축으로 다음 주까지는 불안한 흐름이 이어질 수 있으나, 결국 투자의 기회는 공포 속에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 호황기 종료 국면의 낙폭을 대입해 봐도 코스피의 추가 하락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진단도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환위기 당시(-60~70%)를 제외하면, 2000년 닷컴버블이나 2008년 차이나 붐 등 호황이 끝나는 국면에서 코스피는 고점 대비 50%가량 하락했다”며 “이를 기준으로 산출한 지수 하단은 4500~4600포인트 수준으로, 현시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최대 하락 폭은 10~15% 내외”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내 증시 내 반도체 비중(50%)이 높은 만큼 의존도는 줄여야겠으나, 이미 지수가 큰 폭으로 빠진 상황에서 투매에 동참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민주당의 AI 규제 리스크를 과소평가했다는 자조와 함께, 실제 펀더멘털 훼손 여부를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규제 위험이 커진 점은 인정해야 하지만, 현재 주가에 반영된 공포가 실제 기업 이익 훼손보다 얼마나 과도한지 따져봐야 한다”며 “민주당이 연방 의회를 장악하더라도 대통령 거부권과 미·중 AI 패권 경쟁의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하면 AI 투자 자체를 중단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라고 분석했다.

이어 “규제 강화에 따른 데이터센터 착공 지연과 실제 서버·메모리 발주 취소는 구분할 필요가 있으며, 현재 시장은 극단적인 시나리오까지 선반영하고 있다”며 “현 밸류에이션 수준에서 주주환원 기조도 지속되는 만큼 핵심 종목의 보유 판단은 유지하되, 신규 비중 확대는 2028년 주당순이익(EPS) 하향 여부와 개별 AI 기업의 신용위험 진정을 확인한 뒤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만 전자’ 깨지고 ‘100만 닉스’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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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