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원 오른 1만30원으로 결정

낮은 인상률에도 1만원 상징성

월급 기준으로는 209만6270원

업종별 적용 과제는 내년으로

최저임금 ‘1만원 시대’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최저임금 9860원에서 170원(1.7%) 오른 것으로, 사상 처음으로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맞게 됐다. 월급 기준으로는 209만6270원(주 40시간·월 209시간 근무 기준)이다. ▶관련기사 3면

인상률은 지난 2021년(1.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지만,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이미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물가 급등이 지속된 만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은 어느 정도 불가피했지만,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노·사·공 사회적 대화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1차 전원회의를 열고 위원 투표를 거쳐 이같이 최종 결정했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제시한 최종안인 시간당 1만120원과 1만30원을 투표에 부친 결과 경영계 안이 14표, 노동계 안이 9표를 받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각 9명으로 이뤄졌으며 투표 직전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 4명이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심의 촉진구간에 대한 반발로 투표에 불참하면서 23명만 참여했다.

공익위원 9명 중 4명은 노동계 안에, 5명은 경영계 안에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지난 5월 21일 내년 최저임금 심의가 개시된 지 53일 만에 최종 결정이 이뤄졌다. 역대 최장 심의였던 지난해 110일의 절반 수준으로, 예상보다 빠른 진행이었다. 지난해 심의에서 넘지 못한 1만원의 문턱을 마침내 넘으면서 역사적인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리게 됐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1만원대를 기록하는 것은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37년 만에 처음이며, 최저임금이 5000원대로 올라선 2014년도 이후 11년 만이다. 다만 인상률 1.7%는 지난 2021년의 1.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작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과 전년 대비 인상률은 2020년 8590원(2.87%),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05%), 2023년 9620원(5.0%), 올해 9860원(2.5%)이었다. 내년 적용 최저임금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기준 48만9000명,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기준 301만1000명으로 추정된다.

다만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었다고 마냥 좋아할 순 없다. 생산성과 임금 사이에 간극이 더 커진 탓이다.

올해 우리나라 최저임금을 미화 달러로 환산해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국가와 비교하면 사실상 최고 ‘최저임금’을 지급한다. 2024년 기준우리나라 최저임금은 7.70달러(시간당)이다. 주요7개국(G7)에 포함되는 일본 전국 평균 최저임금이 7.13달러보다 높다. 대만과 홍콩은 각각 5.67달러, 5.20달러로 우리보다 훨씬 낮다. 아시아 뿐 아니라 미국 연방 최저임금 7.25달러보다도 약간 높은 수준이다. 미국은 주별로, 일본은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데 한국의 최저임금은 미국 50개 주 중 20개 주보다 높고, 일본은 도쿄 등 일부 대도시 정도만 한국과 견줄 수 있는 수준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와 비교하면 크게 뒤처진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42.1달러다. 미국(75.0달러), 독일(66.0달러), 프랑스(68.0달러), 영국(55.05)은 물론 일본(47.0달러)보다도 낮다. OECD 평균치(55~60달러)보다도 낮다.

특히 내년에도 ‘업종별 구분적용’이 무산된 가운데 내년 최저임금이 1만30원까지 오르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중소기업이 작년 말 기준 59%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근로자가 100만원을 벌 때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72만원 밖에 벌지 못했다.

심의 종료 후 한국노총은 “제한된 조건 속에서의 선택”이었다며 “아쉬운 결정임을 받아들인다”고 했다. 막판에 퇴장한 민주노총은 “심의 촉진구간은 근거가 빈약한 제시안”이라며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경영계도 결국 최종안이 채택되긴 했지만,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능력 약화 등을 들어 동결을 강하게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게 된다. 노동부는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고시하며,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