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의 천적인 메기를 같은 수조에 함께 넣어 키우면 메기의 위협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미꾸라지가 발버둥치기 때문에 더욱 생명력이 강해진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내 주면서 인용된 ‘메기효과(catfish effect)’ 이야기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시장 내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ICTㆍ금융 부문 간 융합을 통한 금융서비스 혁신과 은행산업의 경쟁력 제고’라는 출범 취지를 공식화했다.
그리고 어느덧 해를 넘겨 6월 15일 인터넷전문은행의 예비인가가 이뤄진 지 200일이 지났다.
그 사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하반기 본인가 접수를 위해 인력채용과 전산개발 등 하루하루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각각광화문과 판교 인근에 터를 잡고 은행 업무 수행을 위해 물적ㆍ인적 구성에 열을 쏟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6월 금융개혁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도 인터넷은행은 주요 현안으로 다뤄지며 은행법 개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정부의 입장이 발표됐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예비인가를 받은 두 법인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두 달 기업 구조조정에 금융위의 주요 의사결정이 집중되며 인터넷은행에 대한 관심은 사실 상당 부분 식어 있는 상태로 골든타임을 보내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은행의 정체성을 좌우할 은행법 개정은 20대 국회의 구성과 개원을 기다리다 시간만 보내고 있는 형국이다. 이대로라면 명색이 이름은 인터넷전문은행이면서 대주주는 기존 금융회사, IT 기업은 소수주주의 들러리로 전락한 아이러니한 형태의 은행으로 출범할 판이다. 기존 금융회사들 특유의 보수성을 넘어 인터넷전문은행 만의 다른 기업문화를 형성시켜 금융산업 자체의 판을 바꾸겠다는 야심찬 시도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으로 그들은 우려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오는 8월, 카카오뱅크는 11월 본인가 접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연내 출범이라는 연초 목표 달성은 물리적으로 이미 어려워졌다. 하지만, 지금은 더 근본적인 목표 달성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금융 산업의 판 자체가 급변하는 시기다. 금융회사들은 그래서 너도나도 핀테크 등을 내세우며 변화와 혁신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존의 영업시스템과 관행에 안주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들의 현실 안주 본능을 제어해야 할 메기가 정책 리스크에 막혀 힘을 잃어가서는 곤란하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는 기존의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적잖은 젊은 행원들이 터를 옮겨 금융산업의 혁신을 꾀하고 있다. 이들의 부푼 꿈이 물거품처럼 사라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정순식 금융투자섹션 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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