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제한 등 약속 깨 불신 팽배
오랜 기간 쌓여온 ‘불신’이 브렉시트를 부추기고 있다. 그 중심에는 브렉시트는 악몽이며, 유럽연합(EU)을 나가지 않고도 현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자리한다.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기업체, 은행, 연구 기관들에 대한 불신도 만만치 않다.
‘체제(establishment)’를 더 이상은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떠나자’ 표심을 부추기고 있다고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집권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브렉시트 저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당도 EU 잔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영국 잉글랜드 버크셔에 위치한 브랙넬의 브렉시트 지지 모임 대변인 저스틴 벨하우스는 “몇몇 사람들에게 이번 투표는 간단하게 반체제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많은 이주민의 유입을 제한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깨진 것이나, 의회 예산 지출 스캔들 등 실망스런 사태를 여러 번 겪으며 신뢰는 무너졌다. 그는 “거짓말이 계속되면 사람들은 더 이상 이들을 어떻게 믿겠냐고 말하게 된다”고 밝혔다.
FT가 ‘정치인들이 활동하는 이유’에 대한 생각을 BIPO, 갤럽의 조사 결과와 유고브, 사우스햄프턴대학교의 조사 결과를 종합해 살펴본 결과 ‘국가를 위해서’라고 답한 비율은 그간 큰 폭으로 줄어 들어 왔다. 1944년에는 30% 이상을 상회하며 ‘그들 자신을 위해’, ’정당을 위해’ 활동한다는 응답 비율을 넘어 섰지만 1972년에는 30%를 하회했고, 2014년에는 10% 언저리를 기록했다.
2014년의 경우 그들 자신을 위해서라는 답변이 50% 가까이를 기록하며 수 십 년 전과 역전 현상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인들이 강하게 주장할수록 역효과가 날 가능성도 있다. 유럽 개혁을 위한 센터의 찰스 그랜트 책임자는 “체제가 ‘이것을 위해 투표해, 우리는 너희를 위해 무엇이 좋은지 알아’라고 해봤자 효과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정치인 뿐만 아니라 기업, 국제기구, 투자은행, 싱크탱크 등 국내 정치권 이외의 체제에 대한 불신도 깊어져 이들의 설득에도 시큰둥하다. 브랙넬 지역의 필립 리 하원의원은 “신뢰에 전반적으로 금이 가고 있다. 정치인과 유권자 사이는 물론이고 BBC, 영란은행(BOE)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러한 기관 혹은 전문가들의 브렉시트 반대 발언이 나오면 오히려 EU 탈퇴 지지 측이 쾌재를 부르기도 한다. 오히려 이런 말들이 브렉시트 지지로 표심을 끌어 모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요크셔 지방의 톰 뱅크스 브렉시트 지지진영 지역책임자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브렉시트 반대 의사표명이나 재무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의 브렉시트 비판적 보고서가 나온 이후 되레 관심도가 크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