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증권사 해운ㆍ조선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들이 줄줄이 어닝쇼크를 기록했지만 대우조선해양만이 전년 동기 이상의 호실적을 이어갔다. 통상 조선 ‘빅3’의 실적은 엇비슷하게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대우조선해양의 당시 실적은 세계가 주목할 정도로 훌륭한 것이거나 역사에 기록될 만큼 잘못된 것이었다. 머지 않아 진실은 드러났고 안타깝게도 후자였다. 무려 5조원대의 부실이 숨겨져 있었다.
이런 기막힌 부실경영이 가능했던 것은 더 부실한 국책은행의 관리감독 때문이다. 지난 15일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난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관리실태는 참담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 2월 이후 산업은행의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을 활용한 재무상태 분석 대상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의 재무 상태가 동종 산업의 일반 재무지표와 괴리가 컸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이를 토대로 2013년도와 2014년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대우조선해양은 5등급, 즉 최고위험등급을 받았어야 했다. 자신들이 구축해 놓은 시스템만 활용했어도 일찌감치 부실을 잡아낼 수 있었던 산은에게 무분별한 해양플랜트 발주를 통제할 꼼꼼한 관리 감독을 기대한 것은 애초에 무리였던 셈이다. 대우그룹 해체 이후 2000년부터 산은 자회사가 된 대우조선해양은 그렇게 주인 없는 회사가 됐다.
수출입은행 역시 성동조선해양의 부실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성동조선해양이 2010년부터 5년 연속 경영실적 평가 최하등급을 받을 정도로 경영 실적이 악화됐지만 수은의 조치는 회사 측의 형식적인 자구계획안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그쳤다. 성동조선해양이 건조원가를 과소 산정해 승인 기준에 미달하는 12척을 수주, 1억4300만 달러나 손실을 입혔음에도 관리감독을 책임진 수은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더욱 기막힌 건 경영정상화를 위해 파견한 경영관리단의 처신이다. 멀쩡한 합숙소를 놔두고 기업으로부터 집과 차량을 제공 받으며 일부는 용도를 알 수 없는 현금을 매달 수십~수백만원씩 챙겼다. 이들의 눈에는 구조조정을 앞두고 직장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함 속에 허리띠를 졸라맨 직원들의 절박함이 보이지 않았던 것일까.
김우영 정치섹션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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