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1500만원도 아니고 150만원도 아니고 단돈 1만5000원. 사패산 살인사건 피의자가 살인까지 하면서 빼앗은 금품의 규모다. 시간 당 최저임금의 2.5배가 조금 안 되는 돈 때문에 그는 악마가 됐다. 경찰은 피의자 정모씨(45)에 대해 금품을 훔치고자 사람을 죽인 강도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정씨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단 점점 힘들어지는 삶 속에서 이성을 잃어갔다. 안정적인 돈벌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마땅이 몸을 의지할만한 집조차 없어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는 사람이었다.
주변에 지인이나 가족도 없어 배고픔은 물론 외로움에도 익숙해진 사람이었다. 실제 정씨는 충남지역에서 공사장 일용직으로 일해 180만원을 번 뒤 지난 4월 의정부로 온 이후 24시간 만화방에서 생활하다 돈이 떨어져 무작정 산에 올랐다. 만화방 이용 종일 요금은 1만4000원이고, 이날 수중에 남은 돈도 고작 1만4000원이 전부였다.
산에서 범행 후 단돈 1만5000원을 뺏은 뒤에도 그의 생활은 달라진 점은 없었다. 여전히 일용직 수당으로 끼니를 채웠고 공공장소에서 쪽잠을 잤다.
범행 당일인 7일 의정부 모 병원 로비에서 하룻밤을 자고 태릉으로 이동했다. 범행 이틀째는 마석으로 옮겨 공중화장실에서 하룻밤을 잤다.
9일 아침에는 인근 연립주택 건설 현장에 하루 투입돼 일당 9만9000원을 받았다. 이 돈을 받고 춘천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해 하룻밤을 자고 원주로 갔다.
사이코패스 류(類)의 연쇄살인범처럼 자신의 범죄에 무감각한 타입도 아니었다. 그는 범행 이후부터 스마트폰으로 이번 사건 관련 기사를 계속 검색하다가 시신 발견, 현장에서 DNA 검출 등의 보도를 접한 뒤 강한 심리적 압박을 받은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정씨는 범행 나흘째 밤인 지난 10일 오후 10시 55분께 경찰에 전화를 걸어 자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변태적 성향도 발견되지는 않았다. 경찰은 논란이 됐던 성폭행 의혹에 대해 “국과수에서 DNA를 대조한 결과, 현장에서 음모가 발견되긴 했지만, 피의자의 것이 아니었다”며 “피의자 진술과 DNA 검사결과를 종합했을 때, 성폭행 흔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정씨는 배고픔과 외로움에 이성을 잃고 단순한 목적에서 강도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부유층이 사는 지역을 노린 사건과 달리 사회로부터 버려지고 끼지 못하는 한 중년 남자의 극단적 선택이 비극을 부른 것이다.
이와 함께 앞서 수락산 사건처럼 유사한 형태의 전례가 있어 정씨에게 자극이 됐을 수 있다. 최초 정씨가 강도에 대한 생각이나 의지가 전혀 없었음에도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수락산 사건을 보고 범죄를 따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락산 사건 등을 언론 보도로 접하면서 생각으로만 머물던 계획이 실천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며 실제범죄에 수락산 사건을 참고한 내용들이 반영됐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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