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ㆍ유은수 기자] ‘우회 증세’ 논란을 일으켰던 정부의 경유값 인상 방침이 철회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이 정부에 “미세먼지 대책에서 서민부담을 늘릴 수 있는 ‘대증요법’은 제외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한 결과다. 이에 따라 고등어ㆍ삼겹살 등 미세먼지 대량 발생 음식을 취급하는 영세 음식점에 대한 규제도 한층 완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미세먼지 대책 당정협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김 의장은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경유값 인상, 고등어ㆍ삼겹살 직화구이 규제 등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늘리는 방안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앞으로는 ‘에너지 절약 정책’과 함께 대기 질 개선을 위한 ‘환경보전 정책’을 병행, 국민 삶의 질 높여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관련 종합대책을 신속히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당정은 ▷주요 미세먼지 배출원으로 지적되는 디젤엔진 대책 강구 ▷화력발전소 연료의 친환경 전환 및 노후 화력발전소 폐쇄 ▷노상소각ㆍ공사장ㆍ노후차량 등 생활먼지 배출원에 대한 대책 강구 ▷미세먼지 측정소를 추가 확충 및 오염물질 배출원 정밀분석 실시 ▷중국과 미세먼지 저감사업 협력 강화 ▷정부에 미세먼지 태스크포스(TF) 구성 등을 향후 추진할 계획이다.
당초 경유값 인상, 직화구이 음식점의 환기설비 의무화 등 즉각적인 대증요법에 치중됐던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이 중장기적인 처방으로 방향을 선회한 셈이다. 이는 새누리당이 최근 비상대책위원장 및 위원 인선을 마무리 짓고 갈등 봉합 국면에 돌입한 영향이 크다. 안정을 찾은 정진석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청와대와 교감을 시작하면서 민생 현안 선점에 나섰다는 이야기다.
실제 정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경유값 인상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경유는 영세 자영업자나 젊은 층이 주로 사용하는 서민 제품이다. 오히려 국제 시세보다 높게 책정된 휘발유 값을 내리는 게 옳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도 “서민부담을 늘리는 정책에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근본적 처방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김 의장은 “당의 경유값 인상 철회 촉구가 정부 정책 수립에 하나의 가이드 라인이 될 것”이라며 “국민 생활에 식품의 질 만큼이나 대기의 질도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당정협의에는 윤성규 환경부 장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이석준 국무조정실장 등 관련부처 수장이 총출동해 국내 대기오염 실태를 보고했다.
윤 장관에 따르면 현재 국내 미세먼지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보다 2배 이상 높은 상태다. 윤 장관은 “국내 미세먼지 현황이 지난 2000년대 초보다 40% 가까이 개선됐지만, 국민의 체감 오염도는 악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