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적극적 대화공세를 펴던 북한이 드디어 이빨을 드러냈다. 핵실험 등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를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고강도 도발은 지양한 채 소소한 꼬투리를 잡아 말싸움을 이어가는 지난한 억지 논리전을 시작한 것.

먼저 북한은 단속정과 어선을 낚싯대로 사용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 단속정과 어선 각각 1척은 27일 오전 7시 30분경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NLL(북방한계선)을 0.4노티컬마일(약 700∼800m) 침범했다. 우리 군은 경고통신에 이어 40㎜ 함포 5발로 경고사격을 했다. 북한 단속정과 어선은 7시 38분께 NLL 북쪽으로 되돌아갔다

북한은 지난 20일부터 국방위원회 공개서한, 인민무력부 통지문, 김기남 노동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담화, 원동연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 담화, 김완수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장 담화 등을 통해 우리 정부에 파상적인 대화공세를 펼쳐왔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수 차례 “북한의 비핵화가 선행돼야 대화할 수 있다”며 대화 제의를 일축하자 다음 카드로 선회해 또 다른 가능성 타진에 나선 것이다.

곧이어 북한은 억지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북한 서해 NLL 침범 뒤 “남한이 도발했다”며 억지 주장=북한 인민군 최고사령부는 27일 서해상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조선중앙TV 중대보도 발표 형식으로 “남조선 괴뢰군부 깡패들이 아군 해군 함정에 무차별적인 포사격을 가하는 엄중한 군사적 도발행위를 감행했다”고 밝혔다.

북측 중대보도는 “괴뢰 군부 깡패들은 새벽 5시 53분부터 7시 20분 사이 쾌속정 3척과 어로지도선 1척을 군사분계선을 넘어 침범시켰다”면서 “우리 측이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철수시키지 않았고, 그러던 괴뢰 군부 깡패들은 아군 해군연락선을 정조준해 40㎜ 기관포(함포)를 연발로 난사해댔다”고 주장했다.

최고사령부는 “이 무모한 군사적 도발 행위는 정세를 극한으로 몰고가 우리가 도발에 말려들게 한 다음 또다시 반동 언론들을 내세워 우리의 도발로 여론을 오도시켜보려는 괴뢰들의 악랄한 흉심의 발로이며 상투적인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최고사령부는 “조성된 사태에 대처해 조선인민군 서남전선부대들은 보복 태세를 갖추고 섬멸적인 공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며 다음 공격을 위한 명분 쌓기에도 나섰다.

합동참모본부는 28일 북한 최고사령부의 발표는 억지 주장이라고 응수했다

합참은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북한이 우리 군의 정상적인 작전활동에 대해 ‘계획적 군사도발’ 등을 운운하는 것은 억지 주장”이라고 밝혔다.

합참은 “우리 군은 27일 오전 7시 30분경 북한 단속정과 어선이 NLL을 불법 침범함에 따라 정당한 절차에 의거 경고통신과 경고사격을 실시했다”며 “우리 군은 어떠한 경우에도 NLL을 확고히 지킬 것이며, 북한이 도발할 경우 단호히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합참이 “억지 주장” 응수하자 북 총참모부 등장해 “조준타격” 위협=이에 대해 북한은 다시 총참모부 명의로 우리 군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단속정을 경고사격한 것에 대해 “긴장 격화를 노린 계획적인 흉계”라며 재응수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28일 발표한 통첩장을 통해 “한 문의 포도 장비하지 않은 연락선을 대상으로 감행된 군사적 망동은 철두철미 북남 관계를 악화시키고 조선반도의 긴장 상태를 더욱 격화시키기 위해 고안된 계획적인 흉계”라며 “지금 이 시각부터 서해 열점수역에서 아군 해상군사분계선을 0.001㎜라도 침범하는 모든 괴뢰함정에 대하여 경고 없이 직접 조준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표현의 수위는 높았지만 우리 해군이나 어선이 의도적으로 서해 NLL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국면 전환을 위한 북측의 의도적 부풀리기로 보인다.

북한의 주특이기도 한 억지 논리전은 북한이 온갖 거짓 주장을 그럴듯하게 포장해 작정하고 달려들기 때문에 승부가 나지 않는게 특징이다.

북한은 당분간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도발에 나서되, 도발의 원인은 상대방 측에 있다고 주장하며 명분 쌓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북한은 국제적으로 고립된 현 상황을 타개하고 대외적 이미지를 조작하는 한편, 한국이나 미국 여론의 균열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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