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해석말라” 전날발언 수위조절 속 정치권 대선출마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야권 “후보검증을 세게 받아야 할 것”
25일 대권 도전을 시사한 반기문 유엔(UN)사무총장이 하룻만인 26일 “확대해석하지 말라”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은 방한 이틀째인 26일 아침 제주 롯데호텔에서 전직 외교장관과 전ㆍ현직 외교부 인사들과의 조찬 모임에서 이 같은 언급을 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전날 발언에 대한 정치권 반향이 크자 수위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미 여론은 그의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경쟁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관련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대선 후보로서의) 검증을 세게 받아야 할 것”이라면서 “비박계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갑윤 새누리당 소속 국회부의장은 26일 라디오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반기문 총장 같은 인재를 가지고 있다는 것 정말 다행스러운 일, 대권 반열에 충분한 인물”이라면서도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우리 내치 문제에 대해서 (반 총장이) 조금 더 노력을 해봐야 된다, 그런 부분은 아직 숙제”라고 했다. 아직은 능력 검증이 안 됐다는 말에도 동의했다.
반 총장의 SWOT(강점, 약점, 기회, 위협 요소)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는 것은 국민적인 호감도와 인지도, 국민적인 자부심, 그리고 충청대망론을 들 수 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지도자’라는 위상은 그 어느 대권주자도 넘볼 수 없는 강점이라는 얘기다. 한국 정치지형에서 오랜동안 폐해로 지적돼 왔던 영ㆍ호남간 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충청권 출신의 인사라는 점도 장점이다.
여당 내에 뚜렷한 차기 주자가 부재해 자신의 대권 출마 의사가 강력하다면 단번에 여권 중심으로 들어설 수 있다는 점은 기회의 요소로 꼽힌다. 정통 외무 관료이자 외교통상부 장관 출신이고, 유엔 사무총장을 연임하면서 외교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도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상이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는 국제정세에서 반 총장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내 정치의 각종 논란에 비켜서 있어 국민들에겐 신선하고 청렴한 인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 비영남ㆍ비호남 인사에 노무현 정부 관료까지 지낸 중도적 여권 인사라는 상징성도 기회의 요소다.
반면, 반 총장의 대권가도를 험로로 몰아갈 수 있는 요소도 적지 않다. 계파정치가 엄존하는 국내 정치 상황에서 반 총장의 취약한 조직력이 문제다. 정치 경험이 없는 것도 약점이다. 글로벌 지도자의 이미지가 있으나 강력한 카리스마는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반 총장이 샌더스의 예를 들고 “마라톤을 100m 뛰듯” 업무를 수행했다고 했지만 다른 잠룡들보다 많은 72세의 나이도 부담이다.
대선 국면이 본격화될 경우 혹독한 검증을 통과하기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반 총장의 유엔 사무총장의 재임 성과를 두고 각종 외신에서 혹평을 쏟아내고 있는 점이 쟁점화할 가능성이 크다. 사무총장의 퇴임후 즉각적인 자국 내 고위공직 취임을 금지한 유엔 총회 결의안도 문제다. 법적 구속력은 없어도 도덕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이제까지 반 총장이 국내 정치ㆍ경제에 대해 마땅한 비전과 정치적인 신념을 보여준 적이 없다는 점도 과제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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