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뺑구’는 소년원에 오기 전에 들르는 시설에 처음 봤어요. 덩치는 쪼끄매서, 저한테 눈을 부라리면서 ‘우쒸’ 하고 주먹을 치켜들더라고요. 머리에 땜빵은 여기저기 나서. 그냥 웃겼죠. 다른 애들이 그랬으면 뒤지게 팼을 건데. 저보다 한 살 어리더라고요. 덩치는 한 대여섯 살 어린 것 같았는데. 140㎝도 못 넘는 게 집에 두고 온 동생도 생각나고, 여기서 다른 애들한테 괴롭힘 받을 것 같아서 데리고 다니고 있어요. 그래도 뺑구랑 같이 있다 보니까 저도 성질 많이 죽었죠.

뺑구 말론 초딩때부터 ‘빠삐(가출)’를 탔데요. 초딩 6학년 때던가. 걔는 엄마랑 아빠랑 사이가 안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집 나와서 지하철 같은 데서 아줌마들한테 차비 달라고 앵벌이 짓 하다가 잡혀 들어왔대요.

앵벌이를 하는 데 왜 소년원까지 왔느냐고요? 아, 얘는 좀 아파요. 유전병이 있대요. 윌리암스 증후군인가. 7번 염색체에 장애가 있대요. IQ도 75밖에 안 나오는 경계성 지능 장애인가 뭔가도 있고요. 그러니까 학교도 잘 안 다니고 그런 거겠죠. 저도 뭐 그렇게 학교를 열심히 나간 건 아니지만 말이에요.

아무튼 그래서 뺑구는 게임만 열심히 했대요. 게임 친구들이랑 카톡을 하고 싶은데 엄마가 핸드폰을 안 사주니까 남의 폰을 훔쳐서 카톡 깔고 게임 친구들이랑 연락하고. 그래서 상습절도로 보호관찰 받았는데 자꾸 가출하고 학교도 안 나가고 그러니까 결국 소년원 2년 처분받고 온 거죠.

사실 뺑구 정도면 여기 안 와요. 의료보호시설 그런데로 보내져야 할 것 같은데 그냥 판사가 소년원 가라고 했나 봐요. 판사가 왜 뺑구를 여기로 보냈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더 좀 그런 건 뭔지 아세요? 뺑구네 엄마가 소년원에 2년 꽉 채워서 나오라고 했대요. 원래 뺑구 정도면 여기 오래 있지 않아도 돼요. 특별히 문제가 없으니까요. 그냥 한 1년 조금 넘게 있다 보면 기간 줄여서 금방 나갈 수 있는데. 집이 좀 어려운가 봐요. 엄마가 혼자 일하고, 뺑구 친형도 교도소 갔다가 왔다고 하는 것 같던데요. 좀 그렇죠? 집에 돈 많으면 병원 가서 치료할 건데. 벌써 전과자나 돼 버리고.

우리 집도 그렇게 잘 사는 집은 아니에요. 아빠도 교도소 갔고, 형들도 맨날 싸워서 경찰서 들락날락 거리고. 그래서 선생님들한테 ‘개아리(반항)’도 많이 틀었어요. 물론 저도 잘했다고 생각은 안 해요. 애들이랑 맨날 싸우고 그랬으니까요. 그리고 여기 보면 진짜 질 안 좋은 애들도 있어요. 여자애들한테 가서 몸 팔라고 하고 돈 뜯어내고 그런 애들요.

그런데 뺑구는 옆에서 보면 정말 여기에 올 만큼 잘못한 애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여기 선생님들도 뺑구는 잘 대해주시고, 저한테도 항상 잘해주라고 말씀들 하시는데요. 다른 애들이 뺑구 못 괴롭히게. 근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저도 여기서 공부 열심히 해서 검정고시도 보고 나가봐야 하니까요. 어라. 누가 소리 이렇게 지르는 거 보니까 뺑구가 애들이랑 또 싸우나 봐요. 저 가볼게요. 그럼 다음에 다시 연락할게요.

※ 이 기사는 서울소년원에 수감 중인 김모(14ㆍ상습절도) 군과 이모(16ㆍ특수공갈) 군의 인터뷰 내용을 이 군의 시점에서 재구성한 것입니다.


jin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