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규제개혁위원회가 담뱃값 인상을 논의할 때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더니 흡연 경고그림의 담뱃갑 상단 배치는 협약을 따를 필요가 없다고 하는 등 오락가락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3일 규제개혁위원회가 공개한 회의록과 심사결과 등을 보면 규개위는 2014년 9월16일 333회 회의에서 담뱃값 인상을 위한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인상’ 안건에 대해“국제협약을 고려할 때 적정성이 인정된다”며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규개위는 당시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필요성이 인정된다. 국제협약과 해외사례, 비용-편익 분석결과 등을 고려할 때 적정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담뱃값은 작년 1월1일부터 2000원씩 인상됐다.
하지만 흡연 경고그림의 위치를 담뱃갑 상단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논의한 지난달 22일 368회 회의에서는 일부 민간위원이 FTCT 가이드라인을 굳이 지킬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A위원은 “국제협약도 국내 적용에서는 논리적인 근거와 타당성을 갖춰야 한다고본다”고 말한 뒤 “FTCT 당사국은 가이드라인까지도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FTCT는 가이드라인 11조에서 “담뱃갑 건강경고 위치는 가시성을 최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단에 위치하는 것이 하단에 배치하는 것보다 가시성이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복지부는 A위원의 발언에 대해 “국가 간 협약이므로 FCTC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협약이나 가이드라인 자체가 국내법적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규개위는 결국 국민건강증진법시행령 개정안의 흡연 경고그림을 담뱃갑 상단에 위치하도록 한 부분을 철회하라고 복지부에 권고했다. 복지부는 이에 불복해 오는 13일 재심이 열린다.
규개위의 최근 회의에서는 담배회사의 입장을 대변한 민간위원들의 발언들이 쏟아졌다. B위원은 “사회적 비용이 술이 담배보다 적지 않은데 담배만 강력히 규제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해악이 심대하다면 담배 판매를 (아예) 금지할 생각은 없나”고 물었으며 C위원은 “경고그림이 혐오스럽기 때문에 법 위반으로 소송의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규개위 위원 중 손원익 안진회계법인 R&D센터 원장은 담배회사 이해와 관련된 인물이어서 논의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손 위원은 국내 담배회사 KT&G의 사외이사를 역임한 바 있으며 작년에는 사장 공모에 응하기도 했다.
FCTC는 규제 관련 논의에 담배회사 이해관계자를 배제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오는 13일 열리는 재심에서 손 위원이 논의에서 빠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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