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군 당국이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능력을 계속 폄하하다가 자충수를 두고 있다. B단계 성공에 가까운 결과가 나오자 그다음 단계인 C단계를 실패했다고 분석하거나, 물증 없이 추정치를 바탕으로 실패에 가깝다고 분석하는 등 애초 ‘북한이 이번에도 실패했다’는데 방점을 찍고 분석 결과를 내놓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1일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달 23일 시험발사한 SLBM이 공중 폭발했고, 단분리도 되지 않았다며 북한의 SLBM 시험발사가 실패라는 주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군 소식통은 1일 SLBM이 공중 폭발해 2~3조각으로 분리됐고, 단분리는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SLBM 발사 다음날인 24일에도 군은 북한이 발사한 SLBM 비행거리가 최소 사거리인 300㎞에 훨씬 못 미치는 30여㎞에 불과해 기술적 진전은 있었으나 사실상 실패한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한 반박은 먼저 서구 미사일 전문가로부터 나왔다.
북한 미사일 전문가인 미국 에어로스페이스의 존 실링 연구원은 25일(현지시간)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38north.org)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 군 소식통들은 SLBM이 30㎞ 비행에 그쳐 실패한 것으로 평가했지만, 30㎞만 비행해도 탄도미사일 실험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오히려 “SLBM의 발사속도가 음속을 초과했다”며 보다 진일보된 긍정적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런 평가가 나온 뒤인 지난 1일 군 당국은 다시 한 번 북한 SLBM이 공중 폭발했으며, 단분리에 실패했다는 분석을 추가로 내놓았다. 그러나 이 또한 SLBM 시험발사 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해석이란 비판을 낳고 있다.
SLBM 시험발사는 통상 지상사출(A)-수중사출(B)-초기비행(C)-정상비행(D)-단분리(E)-핵탄두 기폭(F)-실전배치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SLBM 개발에서 핵심기술은 수중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지상으로 쏘아올리는 수중사출 기술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역시 최근 이 기술 개발에 매진해 온 정황이 다수 포착됐다. 북한은 지난해 5월, 11월, 12월 연속해서 SLBM을 시험발사하며 수중사출 기술 개발에 몰두했고, 올해 3월에는 그 앞 단계인 지상사출 실험을 한 차례 더 실시하기도 했다.
지난달 23일 발사에서 북한은 수중사출 단계를 성공적으로 실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그 다음 단계인 비행 단계에서 30여㎞ 비행해 미흡함을 보였다. 그러나 30여㎞ 비행 역시 북한이 의도한 바인지, 기술적 결함인지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다.
군은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B단계(수중사출)에 성공했지만, 오히려 C, D, E단계에 실패했다고 밝힌 격이다. 또 이렇게 판단하는 근거 역시 물증보다는 정황 증거에 가깝다.
군 소식통은 “북한은 발사하기 전 SLBM이 30㎞보다 더 멀리 날아갈 것으로 예상하고 준비를 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군이 발사당일 해안에서 200여㎞ 떨어진 동해상에 관측선을 배치했는데 이를 감안하면 SLBM 비행거리가 짧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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