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우리나라 경제가 2분기 연속 0%대 성장에 그치면서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성장의 버팀목이었던 수출 경기가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꽁꽁 얼어붙었고 민간소비와 기업의 설비투자마저 고꾸라졌다.
그나마 건설투자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정부의 연간 3.1% 성장 목표는 물론, 한국은행이 제시한 2.8% 달성도 어렵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2%대 초중반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비관론에 무게가 쏠리는 분위기다.
경제 회복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나 기준금리 인하 등 긴급 처방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1분기(1∼3월) 0.4% 성장이라는 저조한 성적의 주요 원인은 민간소비다. 지난해 말 실시된 개별소비세 인하,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 소비 진작책이 끝나면서 ‘소비절벽’이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16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보면 1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기 대비 0.3% 하락하며 3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 2분기(-0.1%)보다도 악화된 수치다. GDP의 49.5%를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추락하면서 성장 회복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전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4분기 정부의 소비 진작책에 힘입어 호조세를 보인 데 따른 기저효과가 일부 있었다”면서도 “2월 이후 개소세 재인하, 자동차, 휴대전화 등 신제품 출시로 소비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 회복에는 급증하는 가계부채가 걸림돌이다. 가계부채는 1분기에만 9조9000억원 늘어났다.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원금 상환 압력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가계 원리금상환부담률(DSR)은 24.3%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내수와 함께 경제의 양대 축을 이루는 수출의 부진도 심각한 상황이다.
재화와 서비스를 합한 수출 증가율은 1분기 -1.7%로 2008년 4분기(-7.3%) 이후 29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석탄ㆍ석유제품,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목이 타격을 입었다.
이에 따라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전년동기 대비 -0.3%포인트(원계열 기준)로 5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했다. 계절조정계열 기준으로는 전기 대비 0.8%포인트로 7분기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이는 앞서 6분기 연속 마이너스(2014년 4분기 0.0%포인트 포함)를 지속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분석된다. 수출보다 수입 감소폭이 크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제조업 경기에 먹구름이 짙게 깔렸다. 1분기 제조업 생산은 전기 대비 0.2% 줄어들어 4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경제 전반의 활력이 꺼지면서 기계ㆍ장비, 자동차 생산이 급감한 것이 원인이다.
이로 인해 기업의 투자 부담은 크게 늘었다. 설비투자는 2014년 2분기부터 7분기 동안 증가세를 유지해오다 올 1분기 -5.9%로 급전직하했다. 2012년 2분기(-8.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항공기 등 운송장비와 기계류 도입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연구ㆍ개발(R&D)과 직결되는 지식재산생산물투자도 지난해 4분기 0.7%에서 올 1분기 0.1%로 증가폭이 축소됐다.
다행히 건설 부문은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대거 풀린 주거용 건물의 분양 물량 가운데 상당수가 연초 착공으로 이어지면서다. 1분기 건설투자 증가율은 전기 대비 5.9%로 직전 분기(-2.4%)보다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연간 흐름을 보여주는 원계열 기준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은 8.7%를 기록해 5분기째 플러스 성장했다.
그러나 주택시장의 활기가 계속될 지는 미지수다. 앞서 한은은 이달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1분기 주택거래량의 전년동기 대비 26.1% 감소 및 미분양 아파트 적체가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이대로라면 한은이 전망한 올해 성장률인 2.8%를 달성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전망을 2.8%에서 2.5%로 낮췄고 LG경제연구원(2.5%→2.4%), 한국금융연구원(3.0%→2.6%) 등 다른 연구기관들도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모간스탠리는 최악의 경우 1%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우울한 진단을 내놨다.
고착화되는 저성장 구조를 타개하기 위해 추경과 금리인하 등 경기 활성화 카드를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량 실업 등 부작용이 생기면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겨놨고, 한은 금융통화위원 교체로 금리인하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21일 취임한 4명의 신임 금통위원 상당수가 성장을 중시하는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다만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취임 후 첫 회의부터 금리를 인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연내 한 차례 인하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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