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만이 아니라 야당도 구조조정을 외친다. 총선에 승리한 야당이 자축하기보다 개혁과 민생을 거론하며 집안단속도 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신뢰보다는 마치 잔칫날 잘 먹자고 잠시 굶는 정치인들을 보는 것 같아 민망하다.

더욱 안쓰러운 것은 여당이다. 반성을 한다는데 뭘 반성하는지는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정치인들은 반성이란 국민들이 그들의 언행을 망각할 때까지 잠시 써먹는 표어가 아니라 정책을 통해 보여야 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그들이 보여야 할 경제정책은 무엇일까.

먼저 대통령은 소통을 해야 한다. 언론사 편집ㆍ보도국장들도 만나는 것도 좋지만, 우선 국민들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언젠가 이 칼럼을 통해 대통령은 국무총리와 역할을 나누고 국민들이 사는 현장에 직접 가서 듣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랬다면 이번 총선의 결과도 달라졌을지 모른다.

또한 경제의 두 축을 개혁과 정책전환에 둬야 한다. 개혁에서는 다음 정권에서도 계속 추진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경제의 근본적 구조개혁 아젠다를 확립해야 한다. 이것은 국회와 협의를 거쳐 구성되는, 이를테면 범국민적 경제개혁위원회를 통해 마련할 수 있다.

현안인 산업의 구조조정도 이에 따라 추진되어야 정당성이 확보된다. 정책의 전환이란 경제 문제를 해결할 때 대증요법이 아니라 원인 치유를 우선하는 정책을 사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및 전월세 정책, 통화정책, 일자리창출 정책 등은 대표적 대증요법의 예라 할 수 있다. 경제성장의 잠재력을 제고하고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려면 거시경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여당은 지금까지 여당 다운 정책을 낸 것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경제정책의 경우도 청와대와 정부에 보조를 맞추는 것 외에 특별히 없었다. 총선 기간 중 야당의 공세에 몰려 이른바 한국형 양적완화정책을 대표적 경제정책으로 내세웠을 뿐이다.

정책 경쟁이 실종됐다는 이번 총선에서 어이없는 정책 경쟁의 백미는 양적완화와 경제민주화의 다툼이었다. 양적완화는 엄밀히 거시적 경제정책이 아닌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경우 당연히 쓸 수 있는 하위 수단이고, 제1야당이 총선용으로 수입한 경제민주화는 경제정책이라기보다는 경제정책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두 정당이 이번 선거에서 경제정책이라고 경쟁한 것이 사실은 체급이 달라 싸워야 할 이유도 없는 상대를 두고 허공에 발길질하는 다툼이었던 셈이다.

제1야당이 진실로 경제민주화 당이 되려면 경제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정책을 내놔야 한다. 경제 파롤(parole)로서 경제민주화는 손쉽지만 정책으로서 그것은 유럽식 분배와 복지의 경제정책 그리고 중소기업육성정책 정도가 제시되었을 뿐이다.

유럽식 경제 시각은 미국 일변도의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긴 하나 그것이 미국식 정책을 전면 대치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민주화와 비견되는 것이 국민의당이 내세운 공정성장이다. 그런데 공정성장과 경제민주화는 충분히 조화가 가능하다. 공정성장은 경제민주화를 달성할 전략이자 정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경제 성장과 개혁 정책과도 협력이 가능하다. 공정성장이란 이념은 경제의 성장과 개혁을 이룰 수단과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공정성장과 관련된 경제정책 법안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 법안과 벤처기업육성법안 등이 눈에 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어느 정도 알려졌거나 다른 나라에서 시행하는 정책들로 보인다. 문제는 국민의당이나 안철수만의 공정성장이란 정책을 만들어 차별화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공정성장은 단순한 경제 파롤로 전락할 운명을 겪을지 모른다. 대통령과 3당의 행보가 궁금하다.

<조우호 덕성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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