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고문기술자 이근안 씨의 고문에 못 이겨 간첩이라고 허위자백해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납북 어부 정규용 (76)씨가 지난해 국가로부터 4억여원의 배상판결을 받은 데 이어 아들 정모 씨도 국가로부터 1억여원의 배상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 함종식)는 소송을 제기한 아들 정씨에게 국가가 1억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아버지가 12년간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정씨는 편모슬하에서 성장했고, 간첩의 자식이라는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며 “과거 국가가 저지른 불법행위로 정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1967년 연평도 해상에서 납북됐다가 5달 만에 돌아온 어부 정규용씨는 1976년 6월 경기도 경찰국 수사관들에게 강제연행돼 구속영장없이 불법 구금됐다.
구금 상태에서 정씨는 이근안 씨 등 수사관들로부터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하다가 결국 ‘북한에서 공산주의 교육을 받고 군사기밀을 북에 넘기는 간첩활동을 했다’고 허위자백했다. 재판에 넘겨진 정씨는 1977년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이 최종 확정됐다.
1988년 10월 가석방으로 출소할 때까지 정씨는 독방에서 지내면서 밥을 먹지 못하고 구타를 당하는 등 가혹행위가 계속됐다. 그 사이 가장을 잃은 정씨 가족도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정씨가 출소한 이후에도 13년간 보안관찰이 이어져 일상을 감시받았다.
재심을 신청한 정씨는 37년 만인 2013년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듬해 정씨의 아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국가는 정씨가 출소한 1988년으로부터 5년이 지났기 때문에 정씨 아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씨가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날을 기준으로 6개월 이내에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 공무원들이 통상적인 공무수행 과정에서 개별적으로 저지른 일반적 불법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공권력을 악용해 의도적으로 인권침해 행위를 자행한 특수한 불법행위”라며 “국가는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을 금전적으로나마 위로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씨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4억원 배상 판결 받아냈으나 국가가 상고해 현재 해당 사건은 대법원이 심리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