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한 기업체의 생물실험실 연구원이 주삿바늘에 찔려 법정 감염병(4종)인 ‘뎅기열’에 감염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14일 질병관리본부가 ‘대한직업환경의학회지’ 최근호에 발표한 사례 보고서 논문에 따르면 2014년 1월 뎅기열 바이러스를 다루던 연구원이 바이러스 용액을 처리하던 주사기의 바늘에 찔려 뎅기열에 감염됐다. 실험실 연구원이 바늘에 찔려 뎅기열에 걸린 사례가 학계에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뎅기열은 38∼40도의 고열과 두통, 근육통 등이 나타나는 질병이다. 통상 5∼7일이면 회복하지만 일부 중증 환자는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대부분 열대·아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특정 모기에 물렸을 때 감염되지만, 혈액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해당 연구원은 바늘에 찔린 지 열흘이 지난 후 오한, 발열, 근육통, 발진 등 뎅기열의 증상이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결과 이 연구원은 바이러스가 묻어 있는 주삿바늘의 뚜껑을 닫다가 손가락을 바늘에 찔려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원은 실험실의 규정대로 즉시 흐르는 물에 상처를 10분 이상 씻어냈지만 감염을 막지 못했다. 당시 실험실에는 소독약 등 응급처치 도구가 준비돼 있지 않았다. 이 연구원은 자체 보유한 진단키트로 매일 감염 여부를 검사했으며, 열흘째에 뎅기열 바이러스 감염 양성이 확인됐다. 증상은 그 다음 날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근육통이 가장 먼저 찾아왔으며 구토, 오한, 열감이 뒤따랐고, 이틀 뒤에는 양쪽 무릎 주위에 발진이 발생했다. 이 연구원은 바늘에 찔린 지 12일 만에 입원 치료를 시작했다. 입원 후 심해지던 증상은 치료 5일째에 사라졌다. 다행히도 입원 치료 8일 뒤에는 퇴원할 수 있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연구원이 뎅기열에 감염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안전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질병관리본부 ‘실험실생물안전지침’을 보면 바늘 사용을 되도록 제한하고,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주사기의 사용을 줄이고, 한 번 사용한 바늘의 뚜껑은 닫지 말라고 구체적으로 권고한다. 뚜껑을 닫다가 바늘에 찔리는 일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용한 바늘도 전용 용기에 담아 멸균, 폐기하라고 WHO는 강조한다.
하지만 이 실험실에는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이 연구원은 주사기와 바늘을 대체할 수 있는 ‘피펫’(일정한 부피의 액체를 정확히 옮기는 데 사용되는 유리관)을 사용하지 않았다. 또 바늘 폐기 전용 용기가 없어 바늘을 폐기하려면 뚜껑을 닫아야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번 사고가 실험자의 부주의보다는 실험실 운영 등에 더 큰 문제가 있는 만큼, 실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 실제 실험자들이 제대로 지킬 수 있도록 감독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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