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忍)’의 전쟁이다.

손학규(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 포털에서 치면 ‘강진’과 ‘토굴’이 연관어로 검색된다. 2012년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패배 이후 강진에 칩거했다. 정치권의 러브콜은 계속됐다. 십고초려도 안 통했다. 몸값은 기다림과 비례해 올랐다. 그 이전 춘천에 칩거할 때 학생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니 “아 수염 난 아저씨요”란 말에 기겁했던 기억이 있다. 잊혀질까 우려됐다. 이제 꿈틀하기 시작했다. 4ㆍ13총선에 나선 측근들을 위해 발걸음까지 했다. 총선 이후 그의 행보는 무척 빨라질 것이다.

김무성(새누리당 대표). 갖은 수모를 겪었다. 4ㆍ13총선 공천 과정에서다. 정치 생명을 걸겠다던 ‘100% 상향식 공천’ 원칙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측근들은 공천에서 하나 둘 탈락했다. “죽여 버린다”는 폭언도, “바보 같은 소리”라는 비하도 들었다. 그래도 참았다. 욱했다가도 30시간 안에 칼을 거뒀다. ‘30시간 법칙’으로 풍자됐다. 무던히 참던 그가 마지막에 카운터를 날렸다. 이른바 ‘옥새투쟁’이다. 총선 이후 대전(大戰)이 기다리고 있다. 또 무작정 참을 것인가. 내년 말이 대선이니, 그렇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지난 1월말 대표 사퇴 후 두 달여가 지났다. 자신이 영입한 김종인 대표가 당을 흔들었다. 일부 측근도 공천에서 배제됐다. 어떻게 좀 해보라고 그를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는 참았다. 자신의 위상을 흔드는 김 대표의 발언에도 참기만 한다. 김 대표의 위상은 예상보다 높아졌다. ‘킹 메이커’가 아닌 ‘킹’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문 전 대표의 ‘인(忍)’ 전략은 옳았을까. 총선 이후 두 사람의 희비는 엇갈릴 것이다.

반기문(유엔사무총장). 가장 오래 참고 있다. 대권 의지를 꽁꽁 숨긴다. 언론과의 숨바꼭질에서도 ‘기름장어’란 별명처럼 잘 빗겨갔다. 지금까지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임에도 전혀 내색을 않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여권(친박계)이 그를 띄우기 시작했다. 그 즈음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도 잦아졌다. 어쨌든 올해 말까지는 유엔사무총장 임기에 매여 있다. 오는 6월 방한은 본연의 일정(UN NGO회의)과 무관하게 초미의 관심사다. 내년부터 움직일 것이다. 김무성 대표와는 경선을 치러야 할 것이다.

오세훈(전 서울시장). 2011년 8월 서울시장직을 물러났다.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에 직을 걸었다가 벌어진 일이다. 이후 정계와 거리를 뒀다. 주로 해외에 머물며 기다렸다. “스스로를 일부러 격리했다”고 했다. 지난해 중순 인고의 세월을 끝냈다. 서울 종로 출마. 총선 이후 그의 눈은 대권을 향할 것이다.

유승민(새누리당 전 원내대표). 짧은 시간에 인(忍)의 절정을 보여줬다. 나가라는 당에 못나간다고 버텼다. 3월23일 자정까지 탈당하지 않으면 출마가 불가능했다.(선관위 규정) 그는 23일 밤 11시가 넘어 탈당 기자회견을 했다. 초치기 수준이다. 효과는 극적이었다. 전국적 관심 속에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총선 이후 김무성 대표와의 관계 설정이 남아 있다.

지난주 대선주자 여론조사 2개에서 1~3위는 공히 반기문, 문재인, 오세훈이었다. 안철수는 4위, 6위를 했고, 김무성은 6위, 5위였다. 중간에 박원순 서울시장(5위, 4위)이 꼈다. 이제 기지개를 켠 손학규는 아직은 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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