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입법화 구체적 가이드라인 없어 악용소지
의학적으로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원치 않는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이른바 ‘웰다잉법’이 올해 초 국회를 통과했다. 정식명칭은 ‘호스피스ㆍ완화 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으로 2018년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아직도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한국에서 웰다잉법을 제정하는데 영향을 처음 미친 것은 1997년 12월 보라매병원 사건이다. 술에 취해 넘어져 머리를 다친 김모 씨가 응급 뇌수술을 받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했다. 부인 이모 씨는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렵고 계속 치료를 해도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퇴원을 요구했다. 병원 측은 ‘사망하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고 퇴원시켰다. 집으로 옮겨 인공호흡장치를 제거하자 환자는 사망했다.
검찰은 1998년 1월 담당의사 등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의학적 판단에 따라 치료해야 할 중환자를 보호자의 퇴원 요구만으로 집에 돌려보내 사망케한 것은 살인행위라는 것이다. 7년여의 법리 논쟁 끝에 대법원은 살인방조죄를 확정했다. 그러던 중 2008년 2월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에서 김모 할머니가 폐암 조직검사 도중 과다출혈로 의식불명에 빠졌다. 김 할머니 가족은 같은해 5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다. 이후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달라는 본안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인공호흡기 제거’ 확정 판결을 내렸다. 국회를 거쳐 법안으로 마련됐지만 존엄사와 관련해선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무엇보다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회생 가능성이나 임종기 여부를 놓고 의료진이 오판할 가능성도 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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