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서울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6864가구에 달하는 초대형 단지인 이곳에서 작년 1~3월 사이에 이뤄진 거래는 136건. 가장 작은 전용면적 35㎡부터 가장 큰 면적인 144㎡까지 고르게 거래가 체결됐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1월부터 이달 24일까지 30건이 사고 팔리는데 그쳤다. 인근 중개사무소 대표는 “1000~2000만원 싼 매물이 나와도 주저해요. 작년엔 다들 조급증을 느끼더니 지금은 너무 차분해졌어”라고 말했다.
‘관망세’라는 유령이 주택시장을 배회하고 있다. 여신 가이드라인 시행 등의 영향을 받은 수요자들이 주택시장에서 ‘눈치 보기’를 풀지 않고 있다. 3월까지 주택거래량, 매매가 변동률 등의 지표들이 작년 같은 기간과 견줘 판이하게 다르다.
25일 한국감정원이 내놓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자료를 보면, 21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1%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6주 연속 ‘마이너스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모습이다.
시계바늘을 1년 전으로 돌려보면 분위기는 달랐다. 작년 2월 초부터 3월 하순까지 전국의 아파트 가격은 1.02% 상승했다. 올해 같은 기간 아파트값은 0.06% 떨어졌다. 특히 지방 주택시장의 상황이 어려워서 지방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0.03%를 기록하면서 전주보다 하락폭을 넓혔다. 7주 내리 마이너스 변동률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0.01% 기록)도 3월 들어서도 약보합세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거래량도 주저앉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25일까지 집계된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5338건으로 하루 평균 213.5건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달의 일평균 거래량은 418.5건, 2014년엔 305건이었다.
강여정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 부장은 “아파트값이 짧은 기간에 크게 오른 지역을 중심으로 조정국면이 빨리 찾아왔다. ‘혹시나 떨어지면 어쩌나’하는 심리가 널리 퍼졌다“고 설명했다.
관망세는 언제쯤 깨질까. 전문가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기회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 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작년 주택시장에서 상승변수로 작용했던 전세난, 저금리, 수급불균형이 지금은 힘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서울을 기준으로 2년 6개월동안 줄곧 상승세가 이어졌기에 쉬어가는 시점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총선을 앞두고 있는데 이렇다 할 부동산 관련 공약이 보이질 않는다”며 “선거가 끝나고 지역별로 정리가 되면 그때야 부동산 시장도 조금씩 반응을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당장 정부는 주택시장에서의 무게중심을 거래활성화보다는 대출 안정화에 두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1~2월 사이 5조4000억원 늘어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선 증가폭이 줄었으나 최근 3년 평균보다는 높다”며 “지속적인 대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집이 필요한 사람들의 매수세까지는 꺾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박사는 “주택담보대출 구조개선은 필요하다”면서도 “연체율이 낮은 거주목적형 주택구입대출 등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차별적 접근이 필요하고 주택시장에서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쪽으로 정책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행복한부동산센터장은 “전세난은 주택 가격을 받쳐줄 수 있는 기폭제다. 내집 마련이 절실한 사람들은 선별해 적극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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