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보험사기

발목만 삐어도 실손보험 처리 과잉치료 등 통해 보험금 편취 희박한 죄의식이 범죄 부추겨

#.지난해 3월 40대 남편 A씨가 어린 딸 옆에서 잠든 부인의 목을 졸라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부인의 술에 몰래 수면제를 탄 후 잠이 들자 부인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그는 범죄를 저지르고 4시간 후인 새벽 6시에 “아내를 깨웠지만 일어나지 않는다”며 119에 직접 신고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부검을 꺼리고 진술을 번복하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부인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목뼈가 골절되고,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수사 결과 남편 A씨는 1년 전에 아내 앞으로 1억원의 생명보험에 가입했으며, 3월 초에 수면제를 구입한 이력, 평소 도박 빚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A씨는 징역 30년이 선고됐다.

보험금을 둘러싼 충격적인 사건이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고 있다. 특히 거액의 사망보험금을 노린 보험사기 범죄의 83.4%가 본인을 비롯한 가족, 친지에 의해 발생하고 있어 사회의 근간인 가정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2012년 4533억여원에서 2014년 5997억여원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는 이마저도 실제 보험사기 규모의 20%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보험사기가 늘어나는 데는 희박한 죄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지난 2009년 서울ㆍ경기 성인남녀 803명에 대해 ‘보험사기에 대한 대중의 인식 및 태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10명 중 3명이 보험사기 행위를 용인할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손실 과장’에 대해선 35.8%가 용인할 수 있다고 답했고, ‘편승 치료’ 34.8%, ‘고지의무 위반’ 32.3%, ‘사고 내용 조작’ 25.2%, ‘고의사고 유발’ 24.3% 순으로 용인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반면 미국의 보험사기 용인도 조사의 같은 항목에서는 2.2~4.9%의 결과가 나와 큰 차이를 보인다.

보험사기에 대한 인식 부족과 도덕불감증은 평범한 사람을 보험사기범으로 만들기도 한다.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넘어지며 발목을 삐었다. 통원 치료 몇 번으로 끝내려고 했던 그를 꼬드긴 것은 의사였다. 실손 의료보험에 가입했으면 도수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별 생각없이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병원이 보험금을 과도하게 편취한 병원으로 조사를 받게 되면서 김씨도 경찰서에 불려다니는 곤욕을 치렀다.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이같은 도덕불감증을 일깨워주는 예방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별법에 따르면 앞으로 보험사기범은 일반 사기범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현행 형법상 사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지만, 특별법은 보험사기죄 형량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높였다. 특히 상습 보험사기범이거나 보험사기 금액이 클 경우엔 가중처벌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그동안 보험사기에 대한 정의가 따로 없이 사기의 한 유형으로 취급해왔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제정은 보험사기가 불법 행위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 1994년 폭력범죄규제 및 처벌법의 일부로 ‘연방보험사기방지법’을 제정해 강력한 처벌을 하고 있다.

연방법에 따르면 불법 진료나 입원의 경우 5년이하 징역 또는 2만5000달러 이하 벌금, 보험사기로 인한 신체상해는 20년 이하 징역과 벌금, 보험사기로 인한 사망의 경우 종신형과 벌금을 함께 부과하는 등 강력하게 다루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지난 5년(2008~2012년)간 발생한 보험범죄 형사판례 1017건을 분석한 결과, 보험사기 피의자가 벌금형을 선고받은 비율이 51.1%로 가장 높았다. 이어 집행유예 26.3%, 징역 22.6%였다. 그에 비해 2011년 기준 일반 사기범의 징역형 비율은 45.2%, 벌금형은 27.0%였다.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보험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보험연구원 임준 연구위원은 “이번 특별법으로 형량이 증가하는 등 갑작스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잠재적 보험사기범에게 우리 사회가 보험사기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란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며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희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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