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지난 19일 오전 제주도 모슬포항에서 정기여객선을 타고 15분을 달려 도착한 가파도. 여객선에서 점점 가까와지는 가파도는 파란 청보리밭으로 인해 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청보리가 한창인 4~5월이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상동항에서 바라본 가파도는 멀리 청보리밭 너머로 풍력발전기 2기가 빠른 속도로 돌아가고 있었다. 태양광 발전을 위해 주택 곳곳에 설치돼 있는 태양열 집열판도 눈길을 끌었다. 에너지 자립섬으로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가파도에는 이날 초속 16m를 넘는 센 바람이 계속해서 불었고 이에 풍력발전기의 날개가 빠른 속도로 돌아가면서 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디젤발전기 2기를 돌리고 있는 가파도발전소에 설치된 종합상황실의 계기판은 이 순간 풍력과 태양열, 디젤발전기 등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전기생산량을 시시각각 표시한다. ‘풍력발전#1 220kW, 풍력발전 #2 250kW’로 풍력발전기를 통해서만 470kW의 전기가 생산되고 있다. 디젤발전 1, 2기에서는 각각 49kw, 47kW의 전기를 만들고 있다. 풍력발전이 디젤발전기보다 4배 이상 많은 전기를 만들고 있다. 가파도 주택 곳곳에 설치된 37기의 3kW규모 태양광 발전기에서도 대략 150kW의 전기를 만든다.
가파도의 전력사용량은 2015년 기준으로 연간 1151MWh로(최대 230kW, 평균 142kW) 정도다. 이미 풍력과 태양열 발전을 통해 수요량보다 훨씬 많은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탄소를 배출하는 디젤발전기를 돌려야 하는 것은 생산된 전기를 저장하는 전력저장장치의 용량이 부족해 남는 전기가 버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디젤발전기를 돌려야만 한다.
하지만 현재 발전소 옆에 짓고 있는 2MWh 규모의 전력저장장치와 1MWh규모의 전력변환장치 설비가 6월 완공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7월부터 디젤발전을 예비로 전환 운영하고 순전히 신재생에너지로만 24시간 전기를 공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세계최초로 ‘탄소제로섬’으로 변신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76t 줄이고, 발전연료 30만ℓ를 절감할 수 있다.
가파도는 2011년11월부터 제주도 한전 남부발전 등에서 118억원의 예산을 들여 에너지자립섬 구축 사업을 추진해왔다. 집집마다 태양광발전기 설치에 들어가는 비용 1260만원 가운데 주민은 10%(126만원)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보조를 해줘 확산시켰다.
제주도 김미영 에너지산업과 스마트그리드 담당은 “오는 7월에는 예비로 운영하고 있는 디젤발전기 2기를 모두 예비로 돌리고 풍력발전과 태영열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를 충당하는 명실상부한 탄소제로섬으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파도는 전신주가 없는 섬이다. 전신주 132개를 모두 땅속에 묻는 지중화를 마쳤기 때문. 가파도는 바람이 워낙 센 곳이라 전신주가 넘어지고 전선이 끊어져 유독 정전사고가 많았다. 오죽하면 가장 바람이 센 2월에는 암소뿔이 휘어질 바람을 뜻하는 현지말까지 생겨 났을까. 하지만 전신주를 지중화하고 부터는 정전사고가 없어졌다. 또 전신주가 없는 섬이다 보니 경관도 좋아져 대외홍보 효과가 커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 실제 2011년 6만9000명이던 관광객이 지난해 9만4000명으로 늘었다. 탄소제로 시범관광지 조성으로 가파도를 찾는 관광객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옥 가파리 이장은 “집집마다 태양열 발전기로 전기를 생산하면서 매달 5만원 정도하는 전기요금이 8000원으로 대폭 줄었다”며 “전기를 덜 사용하기 때문에 연말에는 2만1000원 정도 카드 포인트로 전기료를 돌려받는다”고 성과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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