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끊임없이 파열음을 내던 새누리당의 공천 작업에 ‘작전타임’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지난 16일 저녁 발생한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시간차 기자회견’이 발단이다.
아슬아슬 평행선을 달리던 두 기관차가 마침내 선로를 변경해 충돌하자 친박(親朴)과 비박(非朴) 양 진영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전열정비’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17일 새누리당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이날 오전 9시로 예정됐던 최고위원회의를 전격 취소했다. 김 대표가 취임 이후 정례회의를 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고위원회의 소집 권한은 ‘대표최고위원’인 김 대표가 가진다.
김 대표가 이 권한을 다른 지도부에 양도하지 않는 한 공식적인 회의는 열릴 수 없다는 것이 새누리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김 대표가 이 위원장을 비롯한 공관위를 압박하기 위해 이 같은 ‘카드’를 꺼낸 것으로 분석했다.
새누리당은 공관위가 추천안을 내면 최고위원회가 ‘추인’을 내리는 방식으로 공직후보자를 결정한다.
즉 최고위원회의 자체를 취소하는 것 만으로도 공관위의 결정을 반려하는 ‘배후압박’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공관위의 일부 우선ㆍ단수추천안은) 여론조사 1위 주자를 배제하고 2위 주자를 공천하는 등 당에서 정한 상향식 공천 원칙에서 벗어난다”던 전날의 비판을 행동으로 옮긴 셈이다.
김 대표가 이처럼 ‘강수’를 두자 친박계도 은밀히 움직였다.
이날 원유철 원내대표을 비롯한 이인제, 김태호, 서청원, 김정훈 등 친박계 최고위원 일부는 공식회의가 취소된 틈을 타 국회 원내대표실에 별도로 모여 향후 전략을 논의했다.
반면 황진하 사무총장 등 비박계는 이 자리에 초대받지 못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3월 임시국회에서 민생ㆍ보훈법안을 처리하려면 본회의 날짜를 잡아야 하는 등 현안이 많아 모였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공천 관련 논의가 이뤄질지는) 이야기를 해 봐야 알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들이 최근 불거진 ‘비박계 공천학살 논란’과 ‘컷오프(공천배제) 대상자들의 무소속 출마 행진’ 차단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정치권의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모임 참석 길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 최고위원은 “혼자 살고자 발버둥치면 결국 모두 죽는다. 공동 운명체를 잊으면 안 된다”며 무소속 출마자를 비판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김 최고위원은 또 “(공관위의 결정을 공개비판한 김 대표의 기자회견은) 정말 어른스럽지 못했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오랜 침묵을 깨고 이 위원장과 각을 세운 김 대표를 향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는 동시에, 탈당 사태 진화에 나선 것이다.
친박 중진인 홍문종 의원 역시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현재 새누리당에서 진행되는 공천은) 이기기 위한 것이지, 친박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비박계와의 ‘2차 갈등’을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