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은평한옥마을 찾아가보니…실수요자 중심 한옥 가치 재조명 맞춤 신소재 적용 현대성 가미도…지역경제ㆍ주거전용 갈등 진행형 분양가 평균 3.3㎡당 약 730만원…“20~30% 올랐지만 평가는 이후에” 지자체별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 조성 잇따라…‘정체성 유지’는 과제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북촌 한옥마을에선 원주민이 떠났고, 서촌에선 프랜차이즈를 제한하고 있다. 결국 주민이 주체가 되는 공동체 형성이 한옥마을의 성공 요건이다” (황평우 은평역사한옥박물관 관장)

한옥(韓屋)이 재조명받고 있다.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이 늘면서부터다. 문화와 삶, 지역경제 활성화 등 다양한 요소들이 어우러져 여러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거용도와 문화특구 지정을 둘러싼 일각의 잡음은 한옥 열풍의 뒤에 수반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옥마을은 진화 중=봄기운이 완연한 17일. 은평구 진관동 은평한옥마을 곳곳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아직은 한옥이 올라가는 곳보다 빈터가 눈에 띄었다. 현장 관계자는 “156개 필지 중 38구역이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43구역이 한옥위원회 심의를 통과해 연내 착공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은평한옥마을은 SH공사 시행으로 지난 2012년 필지를 일반에 내놨다.

초기 비싼 토지가격과 큰 필지로 관심을 못 끌다가 2년 2개월이 지난 2014년 말에야 ‘완판’ 소식을 알렸다. 애초 95가구로 구성됐던 계획은 용지를 쪼개면서 156가구로 늘어났다. 현재 완공을 마친 12가구는 북한산을 울타리 삼아 새로운 삶의 터전을 일구고 있다.

눈길을 끈 건 한옥 디자인이다. 기술적으로 기존 한옥의 단점을 보완한 2층짜리 ‘신(新)한옥’이 다수였다. 실거주를 목적으로 토지를 매입한 이들이 면적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복층 구조를 택한 것이다. 은평구는 명지대와 함께 북한산 진입로에 ‘셋이서문학관’을 지어 주민들에 신한옥 기술을 소개했다. 건식기와 시스템 창호, 대단면집성재 등을 사용해 공사비를 30~40% 절감했다고 현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황평우 은평역사한옥박물관 관장은 “전통문화에 따른다면 단층 한옥이 주를 이뤄야겠지만, 실수요자들이 현대식으로 지어진 복층 한옥을 선호한다”며 “지어지는 한옥들은 결국 개인 소유물이기 때문에 큰 규제보다 자율성을 부여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은평한옥마을 토지가격은 평균 3.3㎡당 약 730만원이다. 은평구 관광사업팀 관계자는 “현재 땅값이 필지를 내놨던 초기보다 20~30% 올랐다”며 “아직 생활 인프라가 미비해 가치는 입주를 마친 이후 이뤄져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주거전용 단지와 관광특구 사이 구와 입주민들의 갈등은 진행형이다. 조용한 전원생활과 한옥의 여유로움을 느끼려 토지를 매입한 실수요자들이 관광객을 수용하는 데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상업시설 구역을 마을 어귀에 한정했지만, 완공 단계 때 도로변 노점상 난입도 불가피하다. 빈터에 들어설 게스트하우스 등 수익성 한옥도 일부 주민에겐 눈엣가시다.

은평구 관계자는 “관광의 성격이 아닌 템플스테이와 문학 중심지 연계 등 체험형 연계단지로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며 “계획 단계부터 전주한옥마을처럼 무분별한 상업지역 활성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향후 별도의 규제가 추가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황 관장도 “살기 좋은 마을로 입소문이 나면 집값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비싼 값에 팔고 나가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기본적인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공동체(협동조합) 내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셈법 속 과제는=한옥은 매력적인 사업성과 미래가치를 지닌다. 건축학적 가치와 전통문화라는 무형의 자산을 품고 있어서다. 서울시가 한옥 지원사업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다.

시는 지난해 관내 한옥 1만여 동에 거주하는 주민 지원을 골자로 한 전담센터를 마련했다. 한옥 확산을 위해서다. 북촌 ‘한옥지원센터’와 구청 내 ‘한옥건축팀’도 신설됐다. 관광사업팀이 각종 문화 연계 등 소프트웨어(SW)를 맡는다면 건축팀은 실질적인 설계ㆍ구성을 포괄하는 하드웨어(HW)를 담당한다.

최근 서울시의 건립 승인을 받은 호텔신라의 ‘전통한옥호텔’도 같은 맥락이다. 이부진 사장의 ‘4전 5기’ 타이틀과 지상 3층ㆍ91실 등 그 규모가 강조됐지만 ‘한옥’이라는 콘텐츠가 핵심이다. 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방점을 찍은 수익성 확보에 전통문화라는 고유의 색이 덧칠됐다.

전문가들은 ‘정체성 유지’가 최대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한옥마을 조성을 거둔 일부 지방 사업지의 대부분은 토지가 안 팔렸거나 입주민이 부족해 사업성이 떨어지는 탓”이라며 “한옥이란 간판을 내건 마을과 호텔 등 전통문화를 온전하게 수용하고, 겉핥기식 한옥이 아닌 집 내부까지 정체성을 살려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옥의 외형만 가지고는 성공 가능성을 논하기엔 무리라는 의미다.

한옥마을을 삶의 터전으로 받아들이는 데 입주민들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황 관장은 “무분별한 상업주의를 막기 위한 규제보다 한옥이라는 개념을 살리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며 “한옥마을 입주민들이 아파트 등 단절된 주택문화에서 벗어난 옛 그대로의 공동체 개념을 이해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국가한옥센터가 조사한 한옥마을 조성사업 현황에 따르면 지자체가 추진하고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한옥마을 조성사업은 전체 사업 지구 중 7곳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서울시 은평구와 전라남도 황룡마을을 제외하면 대부분 계획ㆍ추진 중이다. 주로 택지개발을 통해 일부 필지를 한옥으로 조성하는 방식이며 LH공사가 주체다.

사업성은 공공기관 주도형보다 입주자 주도형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자 주도형은 실수요자인 입주예정자가 부지를 직접 선정하고, 의견이 대부분 반영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국가한옥센터 관계자는 “공공기관 주도형도 입주자를 모집해 사업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면 분양률 차이가 해소될 수 있다”며 “향후 토지비 납부방식 개선과 분양계약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모색한다면 실수요자의 관심을 더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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