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사진작가 로라 아지오 칼돈이 레바논의 시리아 난민 캠프에서 만난 한 시리아 여성의 하루는 청소하고 코란을 읽고 1살난 아이를 키우는 게 전부였다. 그녀의 나이는 불과 15살에 불과했다. 아직 철없을 나이의 엄마는 1살배기 아이에게 전혀 말을 걸지 않았다.
#“매일 매일이 거의 똑같아요. 유일하게 새로운 것이 있다면 폭격이 언제 떨어지느냐는 거예요. 나는 폭탄에 맞을까봐 하루 종일 집에 숨어 있어요. 봉쇄 지역에서 사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폭격에 무감각해질 수는 없더라고요. 너무 무서워요.” (시리아 고우타 동부지역의 한 남자 아이)
시리아 내전 5년의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아니 악몽의 시간이었다. 어린 시절을 잃어버린 소녀. 전쟁의 상흔에 꿈을 포기하고 조혼을 강요당하는 소녀. 하루가 멀다하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탄 선물(?)에 ‘두려움’과 ‘공포’가 일상의 감정이 된 아이들.
그렇게 전쟁의 상흔은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를 낳았다. 하지만, 그 아픔은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깃들어도 계속될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의 유령은 계속해서 시리아를, 그리고 전 유럽을 배회할 게 뻔하다.
시리아에서 법적 혼인 나이는 여자는 17세. 남자는 18세 이상이다. 하지만 종교 지도자가 허락한 경우에는 여자는 13세, 남자는 16살이 되면 혼인을 할 수 있다. 게다가 법적 혼인 나이를 어겨도 아무런 벌금도, 처벌도 없다. 그렇지만 내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시리아에서 조혼이 흔했던 것은 아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3%의 시리아 소녀들이 15세 이하에 혼인을 했고, 13% 정도는 18세 이하에 결혼했다.
그러나 5년간의 내전은 모든 것을 뒤바꿔 놓았다. 부모들은 살기 위한 마지막 고문 카드로 어린 딸들에게 조혼을 강요했다. 전쟁으로부터 그리고 가난으로부터 딸을 보호하기 위해 ‘조혼’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14살에 결혼한 루카야라는 소녀의 어머니는 사진작가 칼돈과의 인터뷰에서 딸을 어린 나이에 시집을 보낼 생각을 추호도 없없다고 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전쟁에 그녀는 결국 어린 딸을 혼인시켜야 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요르단에 있는 난민 캠프의 경우 결혼하는 여성들 중 3분의 1이 18세 이하 아이들이었다. 이는 2011년 당시와 비교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그 만큼 조혼이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혼은 또 다른 폭력의 악순환을 낳고 있다. 많은 아이들이 남편으로부터 성적학대 위험에 노출돼 있다. 게다가 어린 나이에 출산 경험으로 건강에도 위험이 뒤따르고 있다. ‘잃어버린 세대’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고 깊은 생체기로 남을 수 있다.
‘두려움’과 ‘공포’는 잏어버린 세대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리고 이 두려움과 공포는 폭력적인 성향으로 연결되고 있다.
국제 구호개발 비영리기구 세이브더칠드런이 시리아 봉쇄 지역 주민을 소규모로 집단 인터뷰한 포커스그룹 연구 결과를 담은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들은 모두 폭격에 상시적인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또 세이브더칠드런의 집단 인터뷰에 참여한 성인들은 봉쇄된 이후 아이들이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 시리아 여성은 “날마다 딸을 학교에 보낼 것인가를 놓고 싸운다”고 말했다. “딸이 교육을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집을 나가면 언제나 기회가…”라고 말을 잊지 못했다. 폭격에 죽을 기회가 널려 있다는 두려움이다.
두려움의 문화가 시리아 사회를 깊숙히 파고 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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