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낡은 수도관을 통해 7억t에 가까운 물이 새 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6000억원이 길에서 버려지는 셈이다. 정부는 노후화된 수도관을 교체, 개량하는 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것을 원인으로 지적하면서도 새 나가는 물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소극적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2014년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낡은 관 등으로 손실된 수돗물의 양은 6억9127만t으로 전년 대비 3527만t(0.4%포인트) 증가했고, 누수율도 11.1%로 집계됐다. 손실된 수돗물을 전국 평균 생산원가(876.4원/t)로 환산하면 연간 6059억원이 새 나가고 있는 것이다. 누수량은 2013년 6억5600만t 이후로 증가세에 있다.
환경부는 누수량이 늘고 있는 원인으로 수도관 노후 속도를 교체, 개량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현재 노후 수도관 교체율은 2014년 0.7%로 최근 10년 중 가장 낮았다. 2013년 교체율은 1.1%였다. 전국 상수도관 중 설치된 지 20년이 지난 수도관은 5만4767㎞로 전체 수도관의 28.7%를 차지한다.
여기에 우리나라 국민의 물 사용량은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하루 수돗물 사용량은 2014년 말 기준 280ℓ로 독일 150ℓ, 덴마크 188ℓ, 호주 224ℓ 보다 많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1인당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은 OECD 가입국 중 최하위권인 129위다. 특히 한국은 UN이 지정한 물부족 국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누수량과 물 사용량은 웬만한 선진국 보다 많아 물 부족 사태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은 실정이다.
현재 물 보급률은 선진국 수준과 비슷하다고 하지만 이 또한 하위권으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는 2014년 전국 상수도 보급률이 전년 대비 0.1%포인트 상승한 98.6%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호주 99.7%, 독일 99.3%, 일본 97.5%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노후 상수관망의 정비가 시급함에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부족을 꼽았다. 현재 상수도 관리는 지자체의 업무로 분류돼 있다. 국가예산이 지원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재정이 열악한 시ㆍ군에서 개선사업을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가뭄이 심각한 지역만이라도 노후 상수관망 개선을 위한 국고지원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최승일 고려대학교 교수는 “가뭄에 대비해 새로운 보ㆍ댐의 건설하기 이전에 노후한 상수도관 누수부터 우선 정비해야 한다”며 “재정자립도가 20%도 안되는 지자체가 단독적으로 할 수 없기에 중앙정부의 국고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