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온 가족이 모이는 설명절 직후, 주택연금 가입과 관련된 어르신들의 문의가 평소보다 2배 이상 급증하고 있다.
설이나 추석 명절이후 급증하는 부부 이혼소송과 더불어, 어르신들의 주택연금 가입 문의 급증 현상은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명절 신풍속도’다.
즐거워야할 설 명절. 노부모를 찾은 자녀들이 ‘주택을 상속받지 않겠으니, 대신 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을 줄이겠다’고 선언하거나, 부모들 또한 ‘내 재산으로 스스로 노후를 책임지겠으니 대신 집 상속은 없다’는 의지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는 셈이다.
고령화와 사상최악 취업난,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중산층 몰락 등의 여파로 갈수록 가족의 울타리가 무너져가고 있는 우리사회의 씁쓸한 자화상인 셈이다.
15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3년~2015년 사이 설을 전후로 주택금융공사에 들어온 문의 상담건수를 따져본 결과, 설 전 5일 평균 상담수에 비해 설 연휴 이후 5일간 상담수가 2배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13년 평소 일 평균 125건 수준이던 주택연금 관련 문의는 설 연휴 후 5일간 평균 189건으로 51% 증가했다.
2014년의 경우 평소 일 평균 95건이던 문의가 설 연휴가 지난뒤 일 평균 177건으로 86%가량 증가했으며, 2015년에도 설 전 일 평균 162건이던 문의가 명절후 400건으로 147%나 늘었다.
3년을 평균 내보면 설 연휴 전 일 평균 127건이던 문의가 설 연휴 후 5일간 평균 255건으로 2배 이상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명절 기간에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상속문제, 노후 문제를 상담하다 보면 자녀들이 집을 상속을 받지 않을테니 노후 문제를 해결하라고 권유해서 찾아오시는 분들이 늘어난다”며 “명절 기간에 자녀들과 다투고는 자녀들에게 상속시켜주지 않겠다며 문의하러 오거나, 자녀들의 경제적 상황이 너무 안좋아서 매달 생활비를 지원해줘야겠다며 찾아오는 노부모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아직까지도 집에 대한 애착 및 상속에 대한 의무감을 가진 분들이 많아 어르신들이 한 번에 결정을 내리지는 못하신다”며 “서너번 이상 전화로 상담하고 방문 상담까지 마쳐야 실제 가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바야흐로 100세가 성큼 다가왔지만 고도 성장기를 이끌어 온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노후 준비는 사실상 ‘집한채’ 뿐이다.
서울대학교 노화.고령 사회연구소의 ‘제3차 한국 베이비부머 패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베이비부머의 평균 자산은 3억4236만원으로 이 중 81.9%가 부동산 자산이다. 금융자산은 전체의 14.8%인 5072만원에 불과하다.
그들은 전통 사상인 ’효’의 정신에 입각해 부모를 극진히 봉양하면서도 동시에 내 자식 만큼은 배불리 먹이고, 원없이 배우게 해 준 이른바 ‘낀 세대’였다.
우리 부모들의 노력 덕에 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을 연출해 냈지만 정작 1955년에서 65년에 태어난 이른바 이들 베이비부머들은 은퇴가 본격화하자 자녀들에게 봉양의’ 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부모 봉양은 그래서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실제 ’불효자방지법‘으로 불리는 법안이 발의될 정도로 자녀들의 노부모 부양 의무 의식은 빠르게 옅어지고 있으며, 이에 비례해 부모들 또한 전 재산 1호인 주택을 자녀에게 상속하지 않겠다는 ’주택 비상속 의향‘ 또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이런 사회적 추세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게 설과 추석 명절 이후의 주택연금 상담 창구인 셈이다.
주택연금에 대한 사회적 수요의 증가에 따라 정부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주택금융공사는 현재 부채감소와 노후보장, 그리고 저소득층 생계 보장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주택연금 3종세트’ 상품 출시를 위해 막바지 검토를 진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