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정부결정 법적절차 위반” 지적 vs. 법원이 통치행위로 보면 위법성 사라져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입주기업들의 피해액이 2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벌써부터 국가의 배상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개성공단기업협회 측에선 “무리하고 부당한 결정을 한 정부에 책임을 요구하겠다”며 소송도 불사할 뜻을 밝혔다.

개성공단 폐쇄라는 정부의 고강도 조치로 개성공단 진출 기업들이 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내 개성공단 기업협회 사무실에는 적막감만 흐르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개성공단 폐쇄라는 정부의 고강도 조치로 개성공단 진출 기업들이 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내 개성공단 기업협회 사무실에는 적막감만 흐르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전례에 비춰봤을 때 입주기업들이 국가의 배상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정부의 이번 결정이 법에 반한 조치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국가배상법 2조 1항은 ‘공무원이 직무 집행과정에서 고의나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을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정부의 조치가 위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정부가 법을 위반했다며 이번 조치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라는 정부의 고강도 조치로 개성공단 진출 기업들이 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내 개성공단 기업협회 사무실에는 적막감만 흐르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개성공단 폐쇄라는 정부의 고강도 조치로 개성공단 진출 기업들이 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내 개성공단 기업협회 사무실에는 적막감만 흐르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개성공업지구지원법 3조 2항에 따르면 ‘정부는 개성공업지구 기업의 경영활동이 경제원리와 기업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일관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정부가 이에 반해 입주기업들의 재산권을 제약했다는 것이다.

민변 국제통상위원장 송기호 변호사는 “헌법 76조에 따르면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만 대통령이 긴급 재정ㆍ경제 명령을 내릴 수 있다”며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태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 변호사는 “통일부 장관이 남북협력사업을 정지하기 위해선 남북교류협력법 17조에 따라 국가안보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어야 하고, 정지를 하더라도 청문절차를 걸쳐 6개월 내의 정지기간을 정해야 한다”며 “정부는 이와 같은 법적 요건과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의 조치가 법적 근거를 갖추지 못한 것이라 하더라도 법원이 정부 결정을 ‘국가안보를 위한 고도의 통치행위’로 판단할 경우 위법성은 조각될 가능성이 있다.

2010년 천안함 사태 직후 우리 정부의 5ㆍ24조치로 개성공단 입주가 중도 좌절된 ㈜겨레사랑은 이듬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업체 역시 정부의 조치가 위법한 결정이라고 보고, 국가배상법을 근거로 국가의 배상책임을 주장했다.

하지만 1, 2심 재판부는 “정부의 제재 조치는 국가안보를 위한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행정적 행위일 뿐 이를 고의나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로 볼 수 없다”며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이 지난해 6월 원심 판결을 확정하면서 겨레사랑은 최종적으로 패소했다.

이처럼 법원이 기업의 경제적 손실보다 북의 도발로 촉발된 국가안보의 위기를 더 중대하게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입주기업들이 승소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조치에 위법성이 없다면 헌법 23조를 근거로 손해배상 대신 손실보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헌법 23조 3항은 ‘공공필요에 의해 재산권을 제한할 경우 법률에 따라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가 인정되더라도 보상을 규정한 법률이 현재로선 존재하지 않아 실제 보상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겨레사랑 역시 이러한 법리적 한계로 손실을 보상받을 수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법무법인 지평의 임성택 변호사는 지난 2011년 ‘5ㆍ24 조치 이후 남북경협기업의 피해 구제에 대한 법적 검토’라는 논문을 통해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임 변호사는 “남북협력기금의 근본적 확충이 없이는 완전한 보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남북협력기금법 등에 손실보상의 근거규정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2014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성공업지구지원법 12조의2를 보면 ‘남북 당국의 조치로 통행이 차단되거나 사업이 상당기간 중단되는 경우 입주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으로 지원하거나 중소기업 창업 및 진흥기금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일부 지원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지원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는 식의 애매한 규정 때문에 사실상 정부 재량에 맡겨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중앙회는 입주기업들의 피해지원을 의무화한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