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재매각 공고 M&A 열리자마자 눈치작전 치열 KB·한투證 등 인수 저울질 29일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 3월말까지 본계약 체결 전망
여의도 증권가 ‘마지막 대어(大漁)’로 꼽히는 현대증권(자기자본 3조2166억원. 5위)의 새주인이 이르면 3월말 가려질 전망이다.
현대증권이 1년만에 다시 매물로 나오면서 비싸게 팔고 싶은 매도주체(현대그룹)와 싸게 사고 싶은 매수주체 사이의 치열한 눈치 공방이 전개되고 있다. ‘별 관심 없다’, ‘매력적이지 않다’는 설명에는 싸게 사고 싶은 매수자의 마음이, 거액의 실탄이 필요한 현대그룹 측이 ‘최소 4000억원’ 하한선을 제시한 데에는 비싸게 팔고 싶은 의지가 실려있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지난 3일 현대증권 매각 공고를 냈다. 지난해 2월 일본계 금융그룹 오릭스가 현대증권을 인수키로 했다가 무산된 지(2015년 10월) 꼭 1년만이다. 현대그룹 측이 현대증권을 매각키로 한 것은 재무구조가 열악해진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서다.
매각 대상은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증권 지분(22.43%)과 현정은 회장의 지분(0.08%) 등 모두 현대증권 지분 22.56%다. 지난 3일 종가 기준 현대증권의 시가총액이 1조3700억원 가량임을 고려하면 매각 대상이 되는 현대증권 지분의 시가는 대략 3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하면 대략 4000억원 이상은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게 증권업계 안팎의 대체적 시각이다. 지난해 오릭스가 제시했던 가격이 6500억원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회사 가치가 크게 하락한 셈이다.
현대증권의 지난해 호실적을 거뒀다는 점이 매각가를 더 높일 공산도 있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매출 4조2669억원, 영업이익 2971억원, 당기순이익 2790억원을 올렸다. 2014년 대비 매출은 61%, 영업이익은 648.5%, 당기순이익은 646.3% 늘어난 수치다. 위탁수익, 금융수익, 투자은행(IB) 부문 등에서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이 호실적의 원인이다.
현대그룹은 오는 29일에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한다. 이르면 3월 말까지 본계약을 체결하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인수 유력 후보자로 KDB대우증권 인수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등이 꼽힌다. 메리츠종금증권도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가장 먼저 인수 의욕을 피력하고 나선 측은 KB금융지주 측이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대우증권 인수전에도 참여했지만 우선협상대상자에는 선정되지 못했다. 경영진 측이 증권업 강화를 위해 현대증권을 인수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KB금융지주는 지난 3일 사외이사 간담회에서 현대증권 인수 검토를 공식화하고,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유상증자 방안 등도 고려중이다.
역시 대우증권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인수까지는 성사시키지 못한 한국투자증권도 유력 인수 후보로 꼽힌다. 한투는 비교 매물이었던 대우증권이 이미 매각된 상황이고, 현대증권 보다 자기자본 규모가 큰 증권사가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적어 현대증권 인수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오릭스PE에 밀렸던 파인스트리트 등 국내 사모펀드들도 현대증권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일각에선 현대엘리베이터가 가진 현대증권의 우선매수청구권이 협상 걸림돌이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지분을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현대엘리베이터에 부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매각을 위해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게 될 경우 회사에 대한 배임 가능성이 제기되고, 우선매수청구권을 떠안고 회사를 매입하게 될 경우엔 매입가가 더 높아지게 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홍석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