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베일에 쌓였던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지난해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 와중에 주목을 받게 됐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손가락으로 지목을 하면 대표가 교체된다는 이른바 ‘손가락 해임’ 등 비상식적인 경영 행태나 광윤사라는 숨겨진 지주사(?) 등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거미줄처럼 얽힌 롯데 지분 구조가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의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자, 롯데 측에서 총수 일가의 해외 계열사 주식 소유 자료를 넘겨받아 이를 6개월간 분석, 1일 롯데그룹의 해외 계열사 소유 현황을 공개했다. 공정위의 결론에 따르면 롯데는 해외 계열사를 동원한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2.4%의 지분율을 소유한 총수 일가가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신동빈 롯데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경영권 다툼에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율은 0.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 지배구조의 최정점은 지난해 처음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포장재 업체인 광윤사다. 광윤사는 롯데홀딩스를 지배하고 있고, 롯데홀딩스가 다른 일본 계열사와 함께 호텔롯데 등 국내 주요 계열사를 직접 지배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국내에서 사실상 롯데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총수 일가가 극히 적은 지분율로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 계열사를 통한 다단계 출자와 순환 출자가 지배구조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순환출자는 A사가 B사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고, B사는 C사를, C사는 D사를, D사는 다시 A사의 지분을 확보하는 형식 이뤄진 구조다. 기업 출자 구조를 이렇게 가져가면 A사의 지분만으로도 B, C, D사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어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전체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수는 416개에 달했다. 그나마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 67개로 줄어들었다. 이 67개의 순환출자 구조는 여전히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확보해주고 있다.

다단계 출자도 총수 일가의 롯데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한 요인으로 꼽힌다.

보통 대기업은 평균 출자 단계가 4단계인데, 롯데는 최대 24단계까지 출자 구조가 이어져있다. 국내 롯데 계열사 86곳의 전체 자본금 4조3708억원 중 해외 계열사가 소유한 주식은 액면가 기준으로 9899억원, 전체의 22.7%에 이른다. 대부분 롯데홀딩스가 직접 출자했거나 롯데홀딩스가 소유한 12개의 L투자회사를 통한 간접 출자 형식이다. 호텔롯데는 해외 계열사 지분이 99.3%에 달한다. 사실상 롯데홀딩스를 지배하면 한국에서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를 소유하는 셈이 되어, 한국과 일본 양쪽의 롯데그룹을 지배할 수 있는 형태가 된다. 이 롯데홀딩스는 광윤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어, 롯데 일본 계열사를 통해 국내 계열사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형태다. 롯데가 일본 기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에 대해 공정위 측은 “국내법에 의해 설립됐고, 주된 사업활동을 국내에서 하는 측면에서 롯데는 일본기업이 아닌 한국기업”이라면서도 “다만 일본 계열사들의 출자를 통해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롯데는 상장사가 드물고, 지주사 역할을 하는 곳 마저 비상장이다. 일본 36개 계열사는 모두 비상장이고, 국내 86개 계열사 중에서도 상장사는 8개 뿐이다. 국내에서 지주사나 다름 없는 호텔롯데도 비상장이다. 총수가 있는 상위 10개 대기업 가운데 지주사 역할을 하는 곳이 비상장인 회사는 롯데가 유일하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해 상장을 통해 준법 경영, 투명 경영을 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아직 형인 신동주 회장과의 송사 등 갈 길이 멀다.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킨 지배구조를 정리하고 투명 경영을 향한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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