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한 일간지의 시사만평 속 장면. 일본군이 소녀를 끌고 가고 있다. 그 다음 그림에는 일본 관료가 누군가를 끌고 간다. 우리 정부 관계자를 지칭하는 듯하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외교장관의 12.28 합의를 바라보는 여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들끓으면서 이 문제가 정치권의 새로운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야당은 “국회 동의없는 합의는 무효”라며 재협상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해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날지 여부에 대해 고심에 빠졌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협상 직후 외교 1, 2차관들을 모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나도록 했지만, 오히려 ‘장관이 왜 직접 오지 않느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야당 원내대표 등 일각에서는 굴욕적인 제2의 한일국교정상화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파열음은 일본 언론에서부터 시작됐다. 일본 언론이 연일 이번 협상에 이면 합의가 있는 것처럼 보도하며 이 문제는 양국간의 ‘진실게임’으로 비화했다.
日 언론은 위안부 타결 직후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을 보류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 예산 10억엔 출연은 소녀상 이전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등의 내용을 복수의 일본 외무성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외교부는 처음에는 “일본 특유의 언론 플레이”라며 의미를 애써 폄하하는 분위기였지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중심으로 국내 반발 여론이 거세지고, 일본 언론보도에 국내 여론이 동요하기 시작하면서 30일부터 태도를 완전히 바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30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일본 측의 언행이 없기를 바란다”며 이례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일본 외무성 측은 “이번 합의는 양국 장관들이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내용이 전부”라며 파문 확산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가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한 발 늦게 대응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위안부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과의 소통이 전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할머니들은 타결 직후 찾아온 외교 차관에게 사전에 한 마디 논의가 없었다는 점에서 강한 불만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외교 차관은 “연휴기간에 협상이 급진전돼서..”라고 설명했다가 ‘협상을 연휴 따져가며 하냐’는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야당과의 의견 교류도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합의는 우리 국민의 조약이나 협약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회 동의를 받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우리는 이 합의에 반대하며 국회 동의가 없었으므로 무효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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