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산업 DNA 바꿀 것” ”금융회사 합병 후 구조조정 사례는 참고하지 않을 것“ 구조조정 우려 일축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한국은 투자가 왕성한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투자는 저성장 고령화 문제, 내수부진, 수출 활성화 등 한국사회가 당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안입니다”
박현주(57ㆍ사진)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미래에셋과 KDB대우증권의 합병을 통해 한국 금융산업과 자본시장의 DNA를 바꿔보고 싶다”며 “미래에셋이 쌓아온 투자전문가로서의 노하우와 대우증권의 IB역량을 결합해 우리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투자 금융의 토양을 만드는데 일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또 “앞으로 할일이 너무 많다. 지금까지 금융회사 합병 후 구조조정 사례는 참고하지 않겠다.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경영 사례로 기록되도록 하겠다”며 구조조정 우려를 일축했다.
박 회장은 지난 24일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한국의 ‘골드만삭스’가 되기 위한 첫 단추를 꿰었다.
아시아 1위의 글로벌 투자은행(IB)을 꿈꾸는 박 회장의 여정에는 예상을 웃도는 대우증권 인수 입찰가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대우증권 노조의 인수 반대 등 아직도 난관들이 남아있다.
하지만 옛 동원증권 신입사원으로 증권가에 입문해 ‘샐러리맨 신화’를 일궈낸 박 회장의 승부사적 기질로 이를 헤쳐나갈 것이란 예상이다. ▶2020년 자기자본 10조원, 아시아 1위 글로벌 IB 꿈= 박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경제와 자본시장의 본질적 가치는 혁신과 도전이라고 생각한다”며 인사말을 시작했다.
그는 “저성장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는 더 늦기 전에 새로운 도전과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결정은 그간 다져놓은 내실을 기반으로 규모의 경영을 이루고, 한국경제에 투자를 활성화 하기 위한 절실함에서 나온 선택”이었다며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번 합병을 통해 한국 금융산업과 자본시장의 DNA를 바꿔보고 싶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박 회장은 “기업은 투자를 먹고 사는 생물과 같다”며 “투자문화 활성화를 통해 한국 경제 역동성 회복에 초점을 맞추겠다”고도 했다.
그는 “ 저성장 고령화 문제, 내수부진, 수출 활성화 등 모든 것이 미래산업에 투자로만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실리콘밸리 등 혁신 성장 산업은 리스크를 부담하는 모험자본에 의해 발전해 왔다”고 강조했다.
통합 미래에셋대우증권은 자기자본 7조8000억원대의 초대형 증권사로 거듭나게 된다. 현재 1위인 4조6000억원 규모의 NH농협증권을 훌쩍 앞서는 것이다.
박현주 회장의 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의 다음 목표는 2020년까지 자기자본 10조원대 증권사가 되어 아시아 1위의 글로벌 IB로 성장하는 것이다.
현재 일본 노무라 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24조원에 달한다. 아시아 1위가 되기에는 큰 격차가 존재하나 ‘경쟁해볼만 하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자기자본 10조 외에도 5년 내 세전이익 1조원, 세전 자기자본이익률(ROE) 10%를 달성해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한국 금융산업 DNA 바꿀 것= 박 회장은 “이번 인수 합병이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경영 사례로 기록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에셋은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문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더 많은 직원들이 더 좋은 회사에서 기회를 갖고 꿈을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KDB대우증권 직원들은 모두 저의 후배들이고 한국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라며 “훌륭한 후배들이 열정과 자부심을 갖고 삶을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리더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금융회사 합병 후 구조조정 사례는 참고하지 않겠다”며 “양 회사의 임직원 모두 멀리보고 크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이 쌓아온 투자전문가로서의 노하우와 KDB대우증권의 IB역량을 결합해 우리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투자 금융의 토양을 만드는데 일조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글로벌 자산배분을 통해 국민들의 평안한 노후 준비에도 기여하겠다는 것이 박 회장의 경영 철학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가계의 총자산 대비 금융자산은 약 25% 수준으로, 미국의 70%, 일본 60%와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평안한 노후를 위해서는 부동산에서 금융자산으로, 국내자산 일변도에서 벗어나 글로벌 자산배분을 통해 다양하고 안정된 투자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박 회장의 지론이다.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미래에셋은 타이틀리스트, 포시즌 호텔, FRB빌딩 등 세계적으로 우량한 자산을 국내에 보급해왔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 투자금융의 해외진출을 선도해온 두 기업이 하나로 합쳐지게 됐다. 이번 인수로 확충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각지의 우량한 투자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며 “보다 많은 고객이 부자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증권업은 레드오션이라는 일각의 걱정과 달리 지속적인 성장산업“이라며 ”DC형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 연금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고 그동안 한국사회가 경험하지 못했던 저금리 상태는 증권업의 성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특히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한 업계 1위의 자산운용사와 미래에셋대우증권의 시너지는 1+1이 3,4,5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할 것“이라며 ”견고한 경영원칙과 투자철학, 업그레이드된 리스크관리를 바탕으로 단순히 규모가 큰 회사가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강하고 더 신뢰받을 수 미래에셋을 만들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베팅맨’의 신화=그동안 박현주 회장은 이번 대우증권 인수와 관련해 말 그대로 ‘베팅맨’, 승부사적 기질을 보여줬다. 지난 8월엔 인터넷 은행을 과감히 포기하고 자기자본 4조4000억원의 대우증권을 얻는데 ‘올인’했다.
일각에선 입찰가가 다소 과도했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본입찰에서 2조4000억원 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한국투자증권, KB금융지주, 대우증권 우리사주조합을 제치고 지난 24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18년 전 박 회장은 미래에셋그룹을 맨손으로 창업했다.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1986년 동양증권에 입사, 동원증권으로 옮긴 후 최연소 지점장으로 승승장구한 그는 1998년 이른바 8인의 ‘박현주 사단’과 함께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설립한다.
1999년 미래에셋증권, 2005년 미래에셋생명보험을 설립하고 홍콩에 운용법인을 세우면서 꾸준히 승부사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평범한 증권맨에서 국내 굴지의 증권사를 경영하는 인물로 거듭나 샐러리맨 신화를 이뤄냈다.
그의 성공신화에는 ‘박현주 1호’가 항상 거론된다. 외환위기로 국내 경제가 휘청이던 1998년 12월 국내 최초의 뮤추얼펀드 ‘박현주 1호’를 내놓으면서 완판의 신화를 써내려갔다. 불과 1년여 만에 수익률 100%를 달성하고 첫 펀드는 대성공을 거뒀다.
2001년에는 개방형 뮤추얼펀드와 선취형 뮤추얼펀드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내놓는 상품마다 ‘국내 최초’를 달성했다. 2007년에는 첫 날 1조5000억원을 끌어모은 ‘인사이트펀드’로 펀드업계 투자 광풍을 불러일으켰다.
국내 자산운용사로는 처음으로 홍콩에 해외법인을 설립하고 인도, 미국, 브라질, 캐나다, 호주, 대만, 콜롬비아 등에 현지 법인을 세웠다. 미래에셋증권도 홍콩은 물론 베트남과 중국, 미국, 영국, 브라질에 법인이 있다.
▶‘승자의 저주’는 없다=일각에선 미래에셋이 써낸 입찰가격 2조4000억원이 과도하다며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미래에셋 측은 이번 인수를 위해 오랜기간 준비해왔고 자금조달 면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유상증자를 통해 9500억원을 마련했고 8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이용할 예정이다. 나머지는 유동화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으로 충당이 가능하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우증권 노조가 언급한 차입매수(LBO)나 일각에서 제기된 재무적투자자(FI) 개입 등에 대해서는 일축하고 있다. 특히 LBO에 대해서는 대우증권의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빌릴 예정이라는 해명이다.
가장 큰 난관은 노조의 반대다. 대우증권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미래에셋증권이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될 경우 실사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그동안 미래에셋증권이 아닌 KB금융지주에 의한 인수를 공개적으로 찬성해왔다. 최근에 실시한 노조원 결의대회에서는 근무 인원 대다수가 매각을 반대하는 공동결의에 서명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증권 직원들의 고용안정 역시 민감한 문제다. 동일한 증권사가 합병하면서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의 사업 영역이 상당수 겹치게 되고 이에 따른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이에 미래에셋은 본입찰서에 완전고용승계를 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우증권 노조는 보다 구체적인 고용안전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배구조 개편, 미래에셋대우증권의 탄생(?)=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합병 이후의 지배구조 개편도 관심사다. 특히 국회에 계류 중인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안, 대주주 지배력 하락 등이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포인트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여신법 개정안은 캐피털사 등 여신전문금융사의 계열출자총액을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100%를 초과할 경우 100% 이하가 되도록 5년 안에 초과지분을 처분하거나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늘려야 한다.
미래에셋증권의 모회사인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증권 지분의 38%를, 미래에셋생명 지분 19%를 보유해 자기자본 대비 150%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2500억원 규모의 초과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여기에 합병으로 통합법인의 덩치가 커지면서 미래에셋캐피탈의 지배력이 약화되는 부분도 문제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통합법인의 명칭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대우증권이 한국 증권사에 남긴 족적을 고려, 합병 증권사의 이름을 ‘미래에셋대우증권’으로 쓸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1970년 동양증권으로 출범한 대우증권은 1973년 대우그룹에 인수, 1999년 대우가 몰락하는 가운데서도 ‘대우’라는 이름을 꾸준히 사용해왔다.
JP모건체이스와 KEB하나은행 등 금융권에서 합병회사의 이름을 공동으로 쓰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나 농협금융지주가 우리투자증권을 인수, NH농협증권에서 NH투자증권으로 이름을 바꾼 것과, 동양종금증권이 유안타그룹에 인수된 이후 유안타증권으로 바뀐 사례도 있다.
▶인수 어떻게 이뤄지나=미래에셋증권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확인 실사 등 신속히 남은 절차를 밟아 내년 하반기 내로 합병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내년 1월 4일까지 입찰가격의 5%에 해당하는 입찰보증금을 내야 하며 이후 1월 중 확인 실사를 시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우에 따라 확인실사와 최종 가격협상을 동시에 벌일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늦어도 4월까지 최종 가격협상을 마무리하고 금융위원회 대주주변경 승인을 거쳐 잔금납부를 완료, 늦어도 내년 안으로는 인수합병을 끝마칠 예정이다. 합병법인의 신속한 합병을 위해 조직개편안도 함께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 역시 지난 24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를 통해 “내년 1월께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월부터 확인 실사를 해서 빠르면 1분기, 늦어도 2분기까지 완벽히 해서 신속한 매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산업은행측과 함께 합병팀, 인허가팀 ‘투트랙’을 가동, M&A 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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