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최근 서울 양재동 aT센터 지하에 ‘스마트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스마트 스튜디오에서 생산농가, 농식품 중소기업, 신규 창업자 등이 자신들의 상품을 직접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제작해 홍보하기 위해서다. 생산자부터 산지수집상, 도매상, 소매상,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5~6단계에 이르는 기존의 농산물 유통단계가 ‘1단계 유통’으로 줄어드는 시도다. 농산물과 가공품은 물론 기업홍보까지 가능하다. 이렇게 제작된 자료는 aT 홈페이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소셜 라이브방송 등에 업로드할 수 있으며, 향후 aT가 운영하는 농수산물 사이버거래소와도 연결해 실질적인 매출증대로 이어지게 할 계획이다. 지난주 열린 스튜디오 현판식에서 생산농가 대표가 직접 판매 농산물을 가져와 홍보물을 제작하고 시연해 현장에 참석한 농식품 관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은 농업 정책의 단골과제이자 해묵은 개혁 대상으로 지목돼 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요 농정과제로 추진했으나 기대만큼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기능적인 비용이 증가하고 시대흐름, 유통 종사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농산물 최종가격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인 ‘농산물 유통비용률’은 평균 45% 정도다. 손실률이 높은 무, 배추 등은 70%에 달한다. 물론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유통과정에서 변질이나 부패되기 쉽고, 콜드체인 확보 등 운송도 까다롭다.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유통기한도 짧고 포장에도 비용이 많이 든다. 농산물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은 유통경로 간 경쟁 부족, 유통단계별 비효율성이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된다.
‘메기효과’ 이론이 있다. 미꾸라지가 들어있는 어항에 천적인 메기 한 마리를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도망 다니면서 더욱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기업경영에 접목시킨 것이다.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적절한 자극이 필요하다는 이론이다. 농산물 유통에서 중간 상인의 역할도 필요하다. 모든 농산물 소비가 1단계로 이뤄질 수는 없다. 그러나 스마트 스튜디오가 ‘메기’ 역할을 함으로써 기존의 유통업계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건강한 경쟁구조를 정착시킴으로써 농산물 유통의 거품을 걷어내고 효율을 높일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중간매개자가 최대 1명만 있는 다양한 형태의 ‘근거리 유통망’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바이어가 직접 생산농가와 접촉해 판로를 만드는 유통시스템이 최근의 트렌드다. 스마트 스튜디오를 방문한 미국 지사장은 최신 유통흐름과 1인 방송 시대에 부응하는 ‘신유통 시스템’이라며 수출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가 국민이 가장 바라는 농업정책을 조사했는데 1,2위가 모두 농산물 유통 관련 내용이었다. 1위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새로운 직거래 모델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고, 2위는 “대형 유통센터를 건립하여 유통단계를 축소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스마트 스튜디오는 신유통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시도이다. 우리 농산물이 물가상승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벗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윈-윈하며 함께 웃을 수 있도록 농산물 스마트 스튜디오에 많은 기대를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