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우량주 자사주 매입 기간중 외국인 대량 매도로 차익챙겨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대형우량주들이 앞다퉈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오히려 주가는 뒷걸음 치고 있다.
외국인이 대형 우량주의 자사주 매입을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사주 매입은 대표적인 주주환원책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회사가 자기주식을 사들이면, 유통주식이 줄어 순이익 대비 1주당 가치가 높아지고 배당금도 많아져 주가 상승 효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외국인이 이를 매도 기회로 활용, 주가 부응 효과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생명, SK텔레콤 등 대형 우량주의 자사주 매입 기간 중 주가 등락률(종가기준)를 조사한 결과, 주가가 오히려 큰 폭으로 하락했다. 무엇보다 그 기간 외국인의 매도세가 두드러졌다.
현재 장내에서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는 삼성전자는 매입을 시작한 지난 10월 30일이후 현재(12월18일 종가기준)주가가 6.85%나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1월 29일까지 4조 2000억원대의 자사주를 취득하는 등 앞으로 3년 동안 11조여원 어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는 파격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내놓았다. 매입한 주식은 전량 소각해 삼성전자의 주식 가치를 높일 예정이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라는 호재에도 삼성전자 주가가 떨어진 데 대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무엇보다 외국인의 차익 실현 때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외국인은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에 들어간 이후 무려 1조 9987억원 어치나 팔아치웠다. 결국 외국인이 던진 주식을 삼성전자가 내부 유보금을 소진해 가며 떠받친 셈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보유 주식을 팔아 이익을 챙기는 경우가 많았고, 삼성전자 역시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창사 이래 최대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선 삼성생명 역시 지난달 2일 자사주 매입을 시작한 이후 주가가 오히려 5.26%(12월 18일 종가기준)하락했다.
이 역시 외국인 매도세 때문이다. 외국인은 자사주 매입에 들어가자 마자 1480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삼성생명은 내년 1월 29일까지 총 7085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장내에서 사들일 계획이다.
SK텔레콤도 두 달여에 걸쳐 진행한 자사주 매입을 지난 11일 마무리했지만, 외국인의 매도세에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 자사주 매입에 투입된 자금은 총 4893억원. 4년 만에 실시된 자사주 매입이지만 이 기간 동안 주가는 오히려 11.03%나 하락했다. 자사주 매입 기간 외국인은 6309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의 매도세에 SK텔레콤이 모처럼 내놓은 주주환원 정책이 빛을 발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상승했고, 2010년과 2011년에 실시한 자사주 매입 당시 SK텔레콤의 주가가 각각 4.86%, 3.46% 상승했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이에 앞서 SK하이닉스도 지난 7월 23일부터 10월 22일까지 주가 안정을 위해 8591억원 가량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섰지만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 이 기간 주가는 18.08%나 폭락했다. 외국인은 그 기간 무려 9333억원 어치나 SK하이닉스의 주식을 팔아치우며,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전문가들은 대형주의 자사주 매입 기간 외국인은 주식을 내다판 만큼,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현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과거 외국인이 자사주 매입 시기 11번 중 7번이나 순매도로 대응한 점을 감안할 때 자사주 매입과 외국인 매매패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이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다소 보수적인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박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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