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폭락에 신흥국 위기 확산 우려 중국 경기 둔화 가속화, 경착륙 땐 한국경제 퍼펙트 스톰

[헤럴드경제=한희라ㆍ문영규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우리시간으로 17일 새벽 9년반만에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지만,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한국은 다른 신흥국에 비해 외환보유액과 경상흑자 등 지표가 견고해 단기적인 외국인 자금이탈 등에 의해 금융시장이 받을 충격이 상대적으로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작년초부터 미국의 출구전략이 예견돼 왔던 만큼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리스크가 이미 상당 부분 금융시장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금리인상의 속도와 폭, 신흥국과 중국시장에 미치는 충격파의 크기에 따라 부정적 영향은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결론적으로,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단기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경제호전 지표와 연계된 금리인상 속도 ▷국제유가 급락과 신흥국 위기 확산 ▷중국 경제 둔화 가속화, 경착륙 가능성 등에 따라 우리경제에도 엄청난 후폭풍이 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미국금리 인상과 신흥국 위기 확산, 중국 경착륙, 유가폭락 등이 맞물리면 우리경제에 퍼펙트스톰이 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 경제 체력 ‘튼튼’=한국의 외환보유액은 11월 말 기준으로 3684억6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도 30% 초반으로 양호한 편이다.

또 올 10월까지 경상수지는 44개월째 흑자행진을 이어가는 등 기초여건이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 튼튼한 편이다.

미국 등 주요 국가와의 통화 스와프도 1000억 달러에 달하는 등 외환위기 방지 시스템도 예전보다 상당히 견고하게 구축돼 있다.

얼마 전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상향 조정한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국내 금리가 신용등급이 유사한 다른 나라보다 높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신흥국을 빠져나온 외국인 자금이 한국을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6일 보고서에서 “한국은 다른 신흥국에 비해 매우 양호한 외환건전성을 보이고 있으며 금리수준도 높다”며 “신흥국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글로벌 투자자금은 매력적인 투자처인 한국으로 몰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파고에 한국이 쉽게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과거 사례에서도 찾는다.

1994∼1995년과 2004∼2006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당시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투자금이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이다.

또 이미 국내 금융시장에 미국 금리 인상과 관련한 리스크가 반영됐다는 평가도나온다.

달러화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오를 경우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신흥국 위기 확산여부ㆍ중국경제 경착륙이 최대 변수=견실한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미국 금리인상으로 원자재 시장이 폭락하고, 신흥국 경제가 흔들린다면 우리경제 악영향도 불가피하다.

더욱이 중국 경제의 둔화 속도가 빨라진다면 글로벌 시장이 받을 충격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고, 신흥국 위기로 확대될 수도 있다.

이런 시나리오가 펼쳐지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위기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특히 미국금리 인상과 신흥국 위기 확산, 중국 경착륙, 유가폭락 등이 맞물리면 우리경제에 퍼펙트스톰이 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7일 로이터통신은 최근 신흥국 통화가치의 하락과 미국의 금리인상, 강달러의 조합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신흥국 기업 자산매각,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으로 이끌어 ‘퍼펙트 스톰’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신흥국 기업들의 달러표시채는 늘어났지만 각국 화폐가치는 하락하면서 매출감소가 이어지는 것이다. 달러표시채 비율은 크고 달러 매출 비율은 적은 불일치 현상도 문제다.

보니 바하 더블라인캐피털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난 10년 간 신흥국 시장은 엄청난 양의 달러표시채를 발행했으나 이들 기업들의 달러매출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금융연합회(IIF)에 따르면 신흥국 금융 및 비금융 기업들이 올해 발행한 회사채 물량은 7920억달러에 달했다. 기업들이 달러채권에 대한 상환능력이 없다면 신흥국 시장의 위기는 재현될 수밖에 없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지수는 올해 19% 빠졌다.

중국 시장의 경착륙도 한국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6.9%로 하향조정하고 내년도 6.6%~6.8%의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실제 시장의 예상은 다르다.

블룸버그가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이보다 더 낮은 6.5%, 2017년 6.3%로 전망됐다. 이는 1990년 이후 최저 수준의 성장률이다.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시장인 중국의 경기둔화는 원자재 수출국을 비롯한 전반적인 신흥국 시장의 침체를 불러오고 중국 경제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중국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자본 유출 가속화다.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서 중국 내 해외 자금 유출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1130억달러(약 133조 원)로 전월 370억달러의 3배에 이르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류둥량(劉東亮) 자오상(招商)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금리인상을 통해 긴축정책으로 돌아서게 됨에 따라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신흥국 시장에서 모두 자금유출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에 따른 자본유출이 가속화되면 위안화 추가 절하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16일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6.4626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로써 위안화 가치는 지난 4년 5개월 새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미 홍콩에서 거래되는 역외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5위안까지 오른 상황이다. 연말께면 위안화 기준환율은 달러당 6.5위안을 돌파해 내년말에는 7위안 가까이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의 자본유출은 실물경기에도 악영향을 초래해 투자와 성장을 더디게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중국의 수출경쟁력이 급락하는 추세다. 올해 들어 1∼11월 누적 교역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8.5% 하락한 것은 수출경쟁력 약화에서 기인한다.

경제 전문가들도 향후 미국 금리인상의 속도와 폭, 신흥국과 중국시장에 미치는 충격파의 크기에 따라부정적 영향은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 미치는 충격 자체는 별로 크지 않을 것 같지만 예상 외로 신흥국 문제와 중국 문제가 얽히면 복잡해질 수 있다”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제는 미국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다. 내년까지 1%포인트 이상 올린다면 국내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 이라며 “자본유출이 커지고 중국 경제의 둔화 속에 우리 수출전선에 적신호가 켜질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신흥국이 충격을받아서 그 간접 효과로 우리나라가 충격을 받을 가능성은 생각해야 한다”며 “중국에 원자재를 수출하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중국 경기 침체로 영향을 받으면 그 충격이 우리에게 미칠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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